진료기록서 안 챙기면 국민연금 장애연금 못 받는다
2급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과거 병원의 진찰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연금 수급대상자로 지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복지혜택을 누리기 위해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 부정한 방법으로 특수(?)를 누려왔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던 터라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 장애인 두 번 울리는 '장애연금'…진단서 꼬박꼬박 챙기라고?
27일 아산시 신창면에 거주하고 있는 고 모씨(남.38세)에 따르면 그는 "95년부터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며 살다가 지난 3월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며 "이후 6월에 2급장애 판정을 받고, 국민연금 측에 장애연금을 신청했는데 과거 진료기록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미해당' 판정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려고 연금을 내고 있던 것인데 막상 '벽'에 부딪혔을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허무할 따름"이라며 "이틀에 한번 꼴로 신장투석을 받아야 해서 회사생활도 정리, 생계를 꾸려가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직장인의 다수가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은퇴 이후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국가가 60세 이후부터 평생 동안 매월 '노령연금'을 지급하고,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연금' 을 지급하는 제도.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영구적인 질병이나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장기근로능력 상실에 따른 소득보전을 위해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 씨가 공단 측에 요구한 연금은 '장애연금'. 이 연금은 가입자가 해당 질병 등과 관련된 첫 진료를 받았을 당시 보험료를 한 번도 납부하지 않았거나, 보험료를 총 가입기간의 3분의2 이상 납부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제한이 따른다.
특히 고 씨와 같은 내장질환은 골절 등처럼 국민연금 가입 전후를 기점으로 몸 상태가 확연히 구분되는 병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에 따른 심사분쟁이 빈번하게 제기돼 왔다는 게 의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진찰소견서 등 문서로 된 증빙자료가 필수라는 것.
◆ 내장질환 장애인정 기준 '애매모호'…심사분쟁 빈번
이와 관련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장애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기간 중 질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지급된다"며 "만성신부전증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 특성상 질병을 확진 받은 날이 첫 진료일이 아니라 관련 질병으로 진료 받은 시점을 첫 진료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씨의 병·의원 진료기록 확인 결과, 국민연금 가입 전인 94년 신부전증 증상으로 초진을 받았고 이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증상이 호전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점이 기록돼 있는 진단서가 있다면 장애연금 수급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 씨는 "95년 이후 손과 얼굴이 붓는 신부전증 증상이 없다가 국민연금 가입 후인 2001년께부터 다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며 "95년 진료를 받았던 병원이 폐업을 해 진찰기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 씨는 이어 "병원 폐업으로 인해 나라에서도 못 구한다는 진찰기록을 일개 소시민이 무슨 수로 구하겠느냐"며 "관계당국은 탁상공론을 그만두고 연금 수급에 대한 애매한 조항을 수정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연금과 별개로 지난 7월부터 '장애인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18세 이상의 중증 장애인 중에서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가 수급대상자에 포함된다.
장애인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발급하는 장애진단서, 진료기록지 등의 구비서류를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