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1조2천억 대출은 '브릿지론'..짜여진 각본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1조2천억원의 성격이 '브릿지론'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릿지론이란, 구체적인 조건을 합의하지 않고 일단 신용으로 자금 증빙을 받은 뒤 이후 구체적 조건 협상에 나서는 일종의 '선대출-후협상'방식을 말한다.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22일 서초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양해각서(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린 1조2천억원은 브릿지론"이라며 "이 같은 형태는 대형 M&A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어떤 조건으로 대출받았는지를 놓고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여 왔다. 결국 현대그룹이 이에 대한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MOU가 해지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현재 유럽계 투자자, 중동 및 미국 투자자로부터 2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며 "내년 1~2월이면 대출금을 완납할 수 있는 상황인데 MOU를 해지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하 사장과의 일문일답.
MOU해지 금지 가처분과 관련한 첫 공판이 열렸다. 현재 기분은?
▲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이 음대를 나오지 않았다고 자격을 박탈당했을 때 어떤 심정이겠느냐? 그와 같은 심정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간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어왔다. 이번 어려움도 법원의 공정한 판단으로 극복하고 선대회장인 정주영 회장, 정몽헌 회장께서 생전에 가졌던 유지, 북방사업, 대북사업을 위해 현대건설을 크게 쓸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차 측에서 대출형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 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자산을 활용한 파생상품을 만들거나 한 적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법원 심리에서 '짜여진 각본'이라고 언급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최근 인터뷰 내용처럼 채권단의 짜여진 계획과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우리 나름대로 법과 입찰규정에 따라 나티시스 자금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 차례에 걸친 확인서를 통해 적법한 자금임을 해명했고 의혹을 확실히 해소했다고 생각한다. 법원의 공정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재판장 분위기가 현대그룹에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 변호인이 그간 비공개의무조항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을 속 시원히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대출 경위를 밝힐 뜻은 없는가
▲ 이미 일찍이 채권단에 공문으로 설명했다. 애초 넥스젠이 투자에 참여하려다가 입찰규정상 다른 컨소시엄 멤버가 인수대금을 못 낼 경우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넥스젠 투자위원회가 투자를 잠정 보류하게 됐다. 이때 넥스젠이 자신의 100% 모회사인 나티시스에 상황을 잘 설명해 대출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언론에도 보도됐고 증권가에서도 말하고 있는 브릿지론과 유사한 대출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브릿지론은 대형 글로벌 M&A 경우에 일단 브릿지론을 얻은 후 FI나 SI의 협의가 완결되면 대출 대신 투자의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 널리 행해지고 있는 프랙티스의 하나다. '승자의 저주'는 누구보다도 우리가 제일 우려한다.
채권단의 '중재안'에 대한 소견이 궁금하다.
▲ 현대건설 이사회, 소액주주, 주요주주를 무시하는 법 위에 있는 것과 같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현대그룹은 그런 위법한 방안에 공범이 될 수 없다.
일련의 소송 진행은 현정은 회장의 뜻인가.
▲ 그렇다.
추가적인 국내투자자가 있는가
▲ 동양종금증권 외에는 없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