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안심 서비스는 부모 불만 서비스?
자녀의 안전을 위해 가입한 통신사 안심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낮에 초등학교에서 아동 성추행이 일어나는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갈수록 흉측해 짐에 따라 통신사의 안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가 부실해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통신사 아이 안심 서비스는 KT의 '아이서치', LGU+의 '아이지키미', SKT의 '팅안심주니어' 등이 있다.
5일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에 사는 박 모(남.38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위해 SKT의 '아이키즈폰'을 구매했다. 아이키즈폰에는 GPS 위치추적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자녀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설정한 안심존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연락해주는 기능도 있어 갓 취학한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키즈폰을 사용한 지 몇 달이 지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 않고 '청원군 남이면 부근' 등 도저히 아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넓은 범위로 위치를 알려 왔다.
박 씨가 SKT 고객센터에 연락해 관련 사실을 전달했으나 상담원은 "기지국 위치기반에 따라 일정 거리는 오차가 있을 수 있고 아이가 건물 안, 터널 등 전파를 정확하게 송수신할 수 없는 경우엔 그조차 어렵다"고 답변했다.
황당해진 박 씨가 "아이키즈폰의 근본적인 기능 자체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해결방법은 전혀 없는 거냐?"고 묻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이 정상이므로 더 이상의 상담은 무의미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 제기를 한 지 한 달째, 박 씨는 우연히 아이의 '안심존'이 원래 설정해놨던 '청원군 남이면'이 아닌 '마라도와 제주도 사이의 바다'로 오설정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 씨가 원래 장소로 재설정하려 했으나 수정이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상담하자 그제서야 "재설정 했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됐다"는 식으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1년이 경과한 지난 11월,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도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해당하는 곳을 알려온 것이다.
이번에도 고객센터에서 재설정해주긴 했으나 주소, 건물명칭, 특정위치 등 세 방법으로 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음에도 주소 이외의 나머지 서비스는 아예 설정조차 되지 않았다.
나머지 서비스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박 씨의 요청에 상담원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시다 오류가 생기면 또 전화해서 민원제기 할 거니 그냥 잘 되는 거만 사용하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화가 난 박 씨가 몇 차례에 걸쳐 여러 상담원들에게 불만을 전달했으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마지막에 연결된 고객상담원장은 심지어 "GPS 관련사항은 해당통신사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GPS를 만들고 운영하는 곳에 알아서 문의하라"는 말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기까지 했다.
박 씨는 "부득이하게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를 제대로 보살필 수 없는 상황인데, 무서워진 세상에서 그나마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력할 수가 있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SKT 허재영 부장은 "GPS의 특성상 실내에 있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데다 소비자가 있는 동네가 지방이라 기지국이 띄엄띄엄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휴대폰 AS를 받거나 요즘에 나오는 모델로 교체하지 않는 이상 통신사 차원에서 해결하긴 힘든 문제"라고 해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