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과 내통한 '비리 경찰관' 덜미

2010-12-26     뉴스관리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패 경찰관의 '종합선물세트'식 비리 행각이 현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이모(47) 경사는 마약 단속의 임무를 맡았으면서도 오히려 직접 마약을 팔거나 뇌물을 받고 마약사건 수배범을 놔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마약 단속 경관이 마약 유통조직과 유착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는 영화 '공공의 적'이나 '사생결단' 등 스크린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였지만 실제 사건에서 사실로 확인되기는 드문 편이다.

이 경사가 마약 사범들과 `검은 거래'를 시작한 것은 송파경찰서 마약수사팀에 근무하던 2007년. 그는 이모(기소)씨가 히로뽕을 투약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가 이씨로부터 300만원의 뒷돈을 받고서 사건을 무마했으며, 용산서로 자리를 옮긴 올해 6월에도 이미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이씨에게 체포하지 않겠다는 등의 조건으로 3천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 경사는 이씨를 붙잡지 않고 동료 경찰관들과의 회식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하는 등의 수법으로 320만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에게서 히로뽕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산의 마약 유통조직원과 함께 히로뽕 10g을 이들에게 판매했다는 대목은 이번 비리 사건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약 사건을 취급하는 현직 경관이 직접 나선 만큼 품질 좋은 히로뽕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에 구매자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경사는 히로뽕 판매 대금을 집에서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받고 종합선물세트로 위장해 고속버스 택배로 히로뽕을 전달하는 치밀함을 보여 수사팀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 경사는 또 이씨가 지난달 다른 경찰서에서 체포되자 현장으로 가 "소변 누지 마"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처 요령을 알려주고 타인의 소변을 넣은 콘돔을 전해줘 '오줌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씨가 건네받은 콘돔이 터져 결국 본인 소변으로 검사를 받는 바람에 기막힌 바꿔치기 행각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밖에 이 경사는 이씨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뒤 이씨 몰래 변호사 측에 "선임료를 깎아 달라"고 말해 1천만원을 돌려받아 가로챈 데 이어 이후 다시 체포된 이씨의 변호사 선임료 2천만원 중 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판매, 범인 비호, 뇌물, 사기, 횡령 등이 망라된 비리 경찰관의 전형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혀를 찼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