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부회장 설윤석에 쏠린 눈
대한민국 여심이 '현빈'으로 한방에 무너졌다. 요즘 여자 셋만 모이면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에 대한 이야기로 '수다꽃'을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극중 김주원은 짙은 눈썹, 베일 듯한 날카로운 콧날, 훤칠한 기럭지 등 타고난 '명품 외모'로 브라운관 안팎의 여심을 장악하고 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재벌가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지극히 진부한 소재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이 있듯 시청자들은 여전히 '신데렐라 스토리'에 열광하고 있다.
이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결정판은 역시 '재력'. 김주원은 현재까지 물려받은 재산과 앞으로 물려받게 될 유산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키도 어려운 유통재벌 3세로 등장한다. 또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외조부로부터 백화점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받은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 많은 임원들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등의 어록을 마음껏 방출하며 '오너 경영인'다운 강력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인물.
이 같은 드라마 속 김주원이 최근 재계에서 현실화됐다. 故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손자이자 故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29)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대한전선은 내년 1월1일자로 설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2004년 대한전선에 입사한 지 불과 6년여 만에 (사장직까지 건너뛰고) 부회장직까지 특급승진하게 된 것.
이번 인사로 설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최연소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고, 대한전선은 재계 사이에서 본격적인 3세경영의 서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대한전선 측 역시 "설 부사장이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것이 파격인사의 주요 배경이 됐다"며 "경영성과와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생리상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3세경영에 대한 세인들의 시선을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설 부사장은 2004년 입사한 뒤 2005년 과장, 2007년 부장, 2008년 상무, 2009년 전무, 2010년 부사장, 2011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되는 대기업 총수 자녀들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단계인 것. 아니, 오히려 여타 총수들의 승진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최근 재벌닷컴이 현직 임원으로 재직중인 대기업 총수 직계 자녀 51명(아들 34명, 딸 10명, 사위 7명)을 대상으로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경우 입사 후 3.8년 만에 상무보(이사대우) 이상의 임원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난데 반해 설 부사장은 매년 한직급 이상의 승진티켓을 거머쥐어 왔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사장조차 입사 10년 만에 임원이 된 것과 비교했을 때에도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이 신임 사장의 경우에도 임원급으로 승진한 후에는 평균 2.3년마다 진급해왔지만 말이다.
이 같은 설 부사장에 대한 '초특급' 인사 배경에 대해 회사 측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설윤석 신임 부회장은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 확대는 물론 재무구조의 조기안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설 부사장은 현재 대한전선의 지분 6.10%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대한전선 1대 주주인 티이씨리딩스(12.65%)의 지분 53.77%를 보유하고 있는 등 대한전선그룹의 '최대주주'다. 그룹 전반 경영에 대한 책임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이 같은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는 서두에 거론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도 하나의 소재거리가 될 정도로 기업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 중 하나다.
극중 김주원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문분홍(박준금 분) 여사가 김주원을 향해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 이 재산을 지키고 불릴 의무가 있다"고 말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책임경영'은 현실 속에서 총수 자녀의 지분 확대, 그리고 경영권 승계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총수 일가를 비롯한 대기업 경영진들은 자사 혹은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면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소유지분 확대를 결정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지분이 오너 일가에 집중돼 있는 구조는 자칫 비자금 조성, 편법증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에 이에 따른 오너기업인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검찰의 사정칼날 아래 사정없이 무너진 태광그룹의 경우에도 이호진 회장 일가의 폐쇄적인 지분소유, 딴 주머니 차기로 그야말로 한 방에 '훅'갔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특히 대한전선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및 유상증자 등 기업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일부 악습을 밟아 온 기업들의 전철을 따르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설 신임 부회장이 오너 경영인다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국내 최초의 전선회사'라는 대한전선의 아성을 되찾기 기대해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