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라며? '헉' 소리 나는 신종플루 검사비
일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만~25만원이나 하는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권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H1N1])는 2009년 4월 멕시코 등에서 첫 감염사례가 보고된 뒤 2개월여만에 전염병 최고 경보인 '대유행'이 선언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종플루가 일반 독감보다 치사율이 높지 않다며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약 5개월 빠른 지난해 3월31일 신종플루 위기단계를 '관심'으로 하향조정 했다. 또 신종플루를 일반 독감으로 간주하고 10만~25만원하는 확진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환자에게 1만5000원 하는 간이검사는 정확도 낮다며 고가의 확진검사를 권장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신종플루 검사비와 약값 모두 더이상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확진 판정이 나오더라도 고가의 진료비가 부담된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거주하는 고 모(남.40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25일 열이 펄펄 끓는 부인을 데리고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신종플루가 의심되니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고 씨는 의사가 처방한데로 신종플루 검사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검사비용이 11만원이나 나오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 씨는 이틀 뒤 신종플루 확진판정이 나왔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에 한번 더 놀랐다.
고 씨는 "일반 감기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데 왜 1년 전에는 난리 쳤던 신종플루에 대해 검사 및 치료제 비용까지 모두 환자 부담이냐"며 "11만원 검사비에 1만5000원 약값이 나왔는데, 주변에는 검사비만 25만원 나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 씨 외에도 국민건강관리보험공단 홈페이지에는 신종플루 검사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 모씨는 "얼마 전 아이가 열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신종플루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대 검사비용이 17만5000원 나왔다. 아이가 아픈데 검사를 안할 수도 없고 비용이 그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직장도 없이 아이 둘을 키우는 한부모 가정인데 신종플루 검사비가 너무 부담돼서 힘들다"고 한탄했다.
김 모씨도 "신종플루 검사는 받으라고 해놓고 '확진' 판정이 나오면 알아서 돈 내고 치료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신종플루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도 아니고 최근 사망자까지 발생한 마당에 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신종플루를 일반적인 계절독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고가의 확진검사를 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검사를 했더라도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신종플루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일반적인 계절독감으로 취급하고 있고, 그에 따라 보험적용을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모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검사를 권장하고 있지 않고, 검사 없이도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2009년 겨울과 달리 신종플루가 일반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신종플루 정밀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종플루가 대유행이었을 때에도 10만원이 넘는 검사비용 때문에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검사 없이도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도록 권고 했다"며 "의료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종플루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돈 벌이를 위해 검사 및 처방을 내리는 사례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3월31일 신종플루 위기단계를 '관심'으로 하향조정하며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지역신종인플루엔자대책반 종료 ▲거점병원 내 항바이러스제 직접조제 폐지 ▲의료급여대상자 의료급여절차 예외조항 폐지 ▲2010년 4월 말까지 항바이러스제 국가비축분 무료투약 중지 조치 등의 조치를 취했다.
신종플루 위기단계는 2009년 4월28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조정된 뒤 7월21일 '경계', 11월3일 '심각'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2009년 12월11일 '경계', 2010년 3월8일 '주의', 2010년 4월1일 '관심'으로 전염병 경보가 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