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악~ 전화번호 도용돼 음란 전화 수백통"
2011-01-10 이민재 기자
10일 서울 잠실본동의 박 모(남.34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하루에 수백 통씩 욕설과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와 전화를 받고 있다.
박 씨가 최초 황당한 문자를 받은 건 지난 12월 27일.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발송된 문자를 확인해보니 ‘너랑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있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겼지만 몇 분 후, 또 다른 발신번호로 비슷한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고 급기야 전화까지 걸려왔다. 이날 박 씨는 수십 통에 달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받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다음날에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이어졌고 참다못해 전화를 건 한 남성에게 이유를 물어본 박 씨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됐다.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인 ‘워크래프트3’의 한 유저가 게임 방 제목에 박 씨의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여성 행세를 했다는 것.
‘워크래프트3’의 경우 현재 블리자드가 관리하는 배틀넷이란 서버에서 다수 유저들의 게임이 가능하며 한 유저가 호스트 가돼 채팅룸 형식의 방을 개설하면 2~8인 정도의 불특정 유저들이 참여 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박 씨의 휴대폰 번호를 도용한 유저가 게임과 채팅을 통해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박 씨에게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의 횟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최근에는 하루 수백 통 가까이 터무니 없는 통신 폭탄을 맞아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 씨를 힘들게 한 건 블리자드 측의 안일한 대처였다. 업체 측에 사정을 설명한 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신고제도 강화 등의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동일한 민원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사이버수사대 등 수사기관에 의뢰하라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박 씨는 “게임 내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수수방관하는 업체 측의 태도에 기가 찬다. 하루에도 수백 통 가까운 전화가 걸려와 정상적인 생활자체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사이트의 해킹을 통해 도용된 건이 아니라 사실상 피해구제가 어렵다. 게임 방 제목의 경우 유저들의 자유에 맡기고 있어 이에 대해 규제를 가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박 씨처럼 온라인상에서 전화번호가 도용된 경우 수사접수는 물론 가해자의 처벌 또한 불투명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전화번호의 경우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처벌유무를 따지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경우 피해자에게 연락했던 다수의 사람 중에 가해자가 말썽을 일으켰던 게임화면을 캡처한 유저가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의 판결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