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정몽구의 뚝심이 먹혔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이 먹혔다.
법원이 현대그룹의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표류 중인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확실해졌다.
증권가에서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오전 현대차는 전일대비 2500원(1.4%)오른 18만50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이후 한 시간에 2500원씩 올라 11시 현재 주가는 7500원이 오른 18만5500원이 됐다.
◆미래 내다본 '뚝심'이 '약은 수' 이겼다
현대그룹은 작년 6월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같은 해 11월16일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예상외의 결과였다. 현대그룹은 5조5100억원으로 현대차그룹보다 4천억이나 더 많은 금액을 써냈다.
인수전에서 현대건설은 '적통'을 앞세우고 흑백 처리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광고에 담았다.
고인들에대한 회상과 집안 문제까지 연상시키는 광고는 한국적인 정서상으로 파격적이었다. 현대그룹의 네거티브 광고는 이후에도 시리즈로 연속됐다.
정몽구 회장은 평소 불같은 성격을 지녔기로 유명하나 이번 에는 달랐다. '무대응' 방침을 세운 것. 대신 수치를 근거로 감성 대 이성', '과거 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큰 판을 본 그의 뚝심이 빛나는 대목이다.
결국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로 나티시스 은행에 예치된 1조2천억원의 자금이 문제가 되며 채권단은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게 됐다.
◆정몽구 회장 '뚝심'에는 실패가 없다
인수전에 있어 정몽구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 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과 이에 뒤따른 후유증을 우려했다. 그만큼 현대건설을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약골을 알짜로 키워온 정 회장의 뚝심과 그간의 경영 능력이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00년 자동차그룹으로 분리될 당시 자산총액은 36조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말 자산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매출 94조6520억원, 영업이익 8조4209억원을 기록하며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2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성공에는 정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인수합병이 한 몫 했다.
지난 1997년 정 회장은 방만한 투자로 부도나 7년을 표류하던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철강업계는 시설 과잉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 한보철강은 탄생자체가 잘못이라는 냉대를 받았고 생산설비마저 방치돼 있던 상태였기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2004년 한보철강은 현대제철로 흡수됐다.
현재 현대제철은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400만t 고로 설비 2기를 보유하면서 연간 조강 생산량 2천만t 규모의 세계 10위권 대형 철강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만년 적자의 기아차도 인수 2년 만인 99년 1824억원의 흑자를 냈다. 작년에는 K시리즈 돌풍으로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 5로 자리매김했다.
점유율 3%로 업계 최하위였던 현대카드 또한 정 회장의 손을 거쳐 시장점유율 17%, 업계 2위로 탈바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경영능력이 현대건설에 적용될 경우 국내 시공능력 1위를 넘어서 세계적인 건설사로의 도약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 어떤 의미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단순 '현대가(家)의 적통을 잇는다'는 의미가 아닌, 시너지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작년 10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인수 청사진에는 현대건설을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이 담겨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현대차가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따라 현대건설은 국외 수주 확대를 통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건설사인 현대 엠코와 공동으로 시공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사업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풍부한 자금을 신속히 지원 받을 수 있다. 현대제철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현대로템과는 고속철도사업도 함께 할 수 있다.
기존의 '철강-자동차'로 이어지는 평면적 시너지에서 벗어나 '철강-자동차-건설'의 입체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건설 인수, 넘어야할 과제
현대건설의 인수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의하나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 후 엠코와 합병한다면 현대엠코는 우회 상장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엠코 주식은 시가로 평가받게 되고, 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25.06%) 가치가 크게 뛸 수 있음을 뜻한다. 여기서 마련된 실탄이 혹시나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란 논리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엠코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하게 부인했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려면 마지막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