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전운..이호림"게 섰거라"vs이장규"어림 없지"

2011-01-07     윤주애 기자

신묘년을 맞아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과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이 벼랑끝 승부전에 들었다. 양사의 시장 점유률이 바짝 좁혀지면서 올해가 지난 십수년간 펼쳐온 승부전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이장규 부회장은 오는 24일을 기점으로 수도권 영업을 좌지우지하는 진로와의 영업망 통합으로 뒤를 바짝 쫓는 이호림 사장의 오비맥주를 다시 멀찌감치 따돌린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카스라이트'의 선전으로 하이트맥주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한자릿수로 좁히는데 성공한 이호림 사장은 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 이장규 부회장, 프리미엄급 맥주로 승부수

이 부회장은 수입 맥주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프리미엄급 맥주 '드라이피니시d'로 성장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이트맥주가 5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8월 선보인 '드라이피니시d'는 출시 44일만에 330ml 용량의 캔제품을 기준으로 1천만개가 팔렸다. 1초에 2.63개가 판매된 셈이다. 이 제품은 출시한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 3천만개 이상 팔렸다. 가을 겨울철에 맥주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눈부신 성적이다.

이 제품은 드라이맥주 '아사히'처럼 마신 뒤에 남는 잔맛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뒷맛이 깔끔한 '아사히 맥주'가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주력상품인 '맥스'가 맛있는 맥주를 표방했다면, '드라이피니시d'는 아사히의 나라 일본으로 역수출할만하다고 품질 우수성을 자신했다.

사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TV로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것처럼 맥주도 세계시장에서 통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힘입어 진로 '참이슬', 하이트 '맥주' 수출액은 실제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수출액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 11월까지 9천963만 달러 상당의 주류를 수출했고, 그 중 맥주 수출량은 전년대비 267% 급증했다.

오는 3월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부회장은 '드라이피니시d' 등 주력제품의 품질력을  확신하는데다 오는 25일 진로와 영업망을 통합할 경우  오비맥주가 더이상 적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진로의 영업망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느라 분주하다.

실제로 주류업계 모두  소주 1위 진로와 맥주 1위 하이트가 영업망을 통합할 경우 무적의'주류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51년생 토끼띠인 이 부회장이 신묘년을 맞아 어떻게 '이장규표 글로벌경영'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 이호림 사장, 20일간의 휴식…새 카드는?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주간부터 올 1월까지 약 20일간의 장기휴가를 다녀왔다. 작년 한해 동안의 피로감을 풀고 새해의 결전을 준비하기 위한 재충전 휴가였다.

이 사장은 작년 하이트맥주와의 시장 점유률 격차를 한자릿수로 좁힌  여세를 몰아 올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작년 인기몰이했던 '카스라이트'를 전진 배치했다.  카스라이트는 다이어트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맥주보다 열량이 33% 낮은 맥주다.

오비맥주는 가정용 채널로만 공급해온 카스라이트에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해말  카스라이트 병제품을 내놓고 음식점 채널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사장은 공급 채널을 다양화한 카스라이트를 전방위로 내세워 하이트맥주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지난 20007년 오비맥주에 부임한 이사장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며 '소통경영'을 펼쳐왔다. '만년 2위'라는 콤플렉스를 씻어주려는 배려였다.

그 결과 오비맥주의 작년말 시장 점유율은 45.72%로 지난해에 비해 2.04%포인트 상승했다. 이정도로 격차가 좁혀진 것은 지난 1994년 하이트맥주에 선두를 내준 이후 2번째다.

1960년생 쥐띠인 이 사장이 신묘년을 맞아 어떤승부 카드를 내밀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