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자 고발제도' 실효성 있을까?
은행권에서 금융사고 근절을 위한 자구책으로 '은행 내부자 신고제도'를 마련, 전담기구 신설과 신고자 비밀보장 등을 한층 강화함에 따라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원장 김종창)은 은행연합회(회장 신동규) 및 은행권과 공동으로 '은행 내부자 신고제도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지난 3일부터 시행 중이다.
현재, 18개 은행 가운데 13개 은행이 규준안에 따라 내규를 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 은행도 이달 중 준비 작업을 끝마칠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된 '내부자 신고제도 모범규준'의 핵심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우선 내부자 신고제도 운영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또는 상근감사위원 직속으로 설치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외환은행(KEB신문고)과 신한은행(신한지킴이), 제주은행 등 3개 은행은 이미 이와 유사한 내부자 신고제도를 운영해왔다.
횡령, 배임, 실명법 및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신고대상행위를 인지(강요, 제의받은 경우 포함)한 임직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미신고시 징계 근거를 명시했다. 또한 신고자의 비밀보장 및 보호의무를 강화, 위반시 징계근거를 마련했으며 신고자에게 표창 및 포상금 부여, 내부자 신고제도 운영부서장이 연 2회 이상 교육 실시 의무화 등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내부자 신고제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모범규준에 있는 일부 내용만 보완해 지난 3일부터 운영 중"이라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신고 대상행위 가운데 금품, 향응 외에도 성희롱 행위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준법감시체제 하에서 내부자 신고제를 운영해 왔는데 이번 모범 규준안에 따라 행장 직속으로 설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행장과 회장에게 다이렉트로 보고할 수 있는 핫라인이 이미 구축되어 있고, 내부자고발센터, 내부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경우 본인상담 가능, 내부고발을 한 직원에게는 비공개로 포상 등 익명성과 고발인 보호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이번 내부자 신고제도 도입과 더불어 여․수신 증명서 위변조 방지대책 등을 마련함에 따라 허위지급보증, 예금횡령, 자금력 위장 등 각종 금융사고 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존에도 각 은행별로 내부자 신고제가 있었지만 실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며 "철저한 비밀보장과 신고의무화, 최고경영자 직속의 독립적인 업무 처리 등이 대폭 보완 된 만큼 내부자 신고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 안재환 선임검사역은 "이번 모범규준안의 핵심은 최고경영자가 내부자 신고제도 운영조직을 직접 챙기도록 했다는 점과 비밀보장을 강화했다는 것"이라며 "신고자에게 표창 및 포상금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은 내부자 인식제고 차원으로 신분노출을 막기 위해 시기를 두고 이연지급하도록 했다"고 도입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도입이 단순히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형식적인 제도도입에 머물지 않고 은행 내부적으로 '내부고발'에 대한 자연스런 조직문화 형성과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책시스템을 마련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비리고발'에 대한 분위기 조성과 마인드 함양, 고발자 보호 등에 대한 교육과 조직문화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도 금융사고 등 내부자 비리문제를 금융사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종합검사나 수시점검 과정에서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자 신고제도'는 임직원에 대한 비리 고발 차원이지만 실상 CEO 등 전 현직 경영진의 비리를 고발, 방어할 수 있는 장치는 미비하다.
특히, 지난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권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경영부실과 비리관련 문제는 이미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항이지만 당시에는 파장을 우려해 덮었다가 신․구 경영진 교체와 내부권력간 다툼, 내부고발 등을 통해 외부로 공개된 뒤에야 뒤늦게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단적인 예다.
금융회사에 포진해 있는 상당수의 감사위원이 감사원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이라는 점, 은행권에 대한 제재시 '감사인력'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점 역시 시급히 개선되야할 과제로 꼽힌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