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심한 곳은 과감히 청산해야

2011-01-10     임민희 기자

정부가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책임을 대형은행과 보험사 등 타금융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선 저축은행 부실 해법에 대한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가장 먼저 부실책임이 있는 대주주와 관련 경영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이어 부실이 심한 곳에 대해선 과감한 청산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또한 그간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때마다 저축은행 투입용 공적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산 등 과감한 구조조정보다는 부실 저축은행을 우량 기업 또는 금융기관에 인수합병(M&A) 시키는 최소한의 정책적 수단만을 동원, 미봉적인 대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PF 규제완화와 허술한 감독으로 대규모 부실을 초래했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해결과 사태수습 보다는 오히려 대형은행의 저축은행 인수 등 금융권에 해결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축은행 정책이 아직도 '미봉책'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대형은행이 부실저축은행 몇 개 인수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평가를 통해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감독당국도 최근 뒤늦게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전면적인 경영평가를 실시해 부실 저축은행은 물론 잠재 부실위험이 큰 저축은행까지 과감히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청산 등 과감한 처방 이뤄져야

현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부실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예보기금 공동계정' 신설과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 및  공적자금 투입을 제시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와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금융투자․종금․저축은행 등 6개 금융권역별 계정에서 50%의 기금을 갹출, 공동계정을 만들어 부실 저축은행 연쇄 도산 등 비상상황에 쓰겠다며 저축은행 정상화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제외한 은행․보험 등 5개권역에서는 '공동계정'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저축은행에 먼저 고금리 수신과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부실책임과 책임자 처벌, 자구적 노력 방안 등이 이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금융권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올바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 역시 일정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표면화되자 정부가 부실저축은행을 다른 대형저축은행이 인수토록 하면서 저축은행 동반부실의 악순환을 초래케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은행․보험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위는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와 공적자금투입을  추가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저축은행 문제해결에 금융권 전체가 나서 함께 동참해 달라"고 독려했다. 이어 6일에도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측은 올해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하는 구조조정기금 가운데 5조원을 조성, 이중 3조5천억원을 저축은행 부실 PF정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저축은행으로부터 3조4천억원의 PF대출을 매입한 바 있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5조원의 구조조정기금 예산안을 올렸는데 이중 3조5천억원을 저축은행에, 1조원은 은행에, 나머지 5천억원은 선박금융에 각각 투입할 계획"이라며 "지난 2005년부터 저축은행의 PF대출이 시작됐는데 이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경향이 많아 현재 30%인 여신한도를 25%로 낮추는 등 지속적인 대책을 통해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대책에 저축은행 '환영'…타 금융권은  '떨떠름'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금융권의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일단 저축은행업계는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회장 주용식) 측은 "업계 전반적으로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문제가 됐는데 금융지주사에서 부실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지방의 우량한 중소저축은행의 경우 PF부실과 상관없이 소매영업을 하고 있는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고유영역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4개 금융지주사 중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성을 띠는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은 지난 5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그룹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 수준도 1~2개는 넘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가 나서서 저축은행을 빨리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수의지를 피력했다.

이팔성 회장은 앞서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의 확대 및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리지주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M&A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대출 등으로 연체율이 높아 부실이 발생, M&A시 가격대비 저렴한 매물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권 부문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전국적 영업확대 및 고객유치, 서민금융 강화를 위해 전국 영업망을 갖춘 혹은 지방의 중소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게 우리지주 측의 판단이다.  

우리지주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데 지주사에서 인수하게 될 경우 선진화된 리스크 관리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적네트워크를 가동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이 제2금융 상품시장에 진출하는데 대해 우려는 있지만 은행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서민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우리지주를 제외한 타지주사의 경우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거대 금융그룹도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 측은 "향후 캐피탈사 인수를 통해 서민금융업의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저축은행 인수는 차후에 고민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직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회장 류시열) 측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경제전문가 "저축은행 전체 경영평가 후 구조조정 해야"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축은행 회생정책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 저축은행의 PF채권 매입은 한계에 직면했고 대형은행의 저축은행 인수 역시 한시적일 뿐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저축은행 부실은 장기간 동안 지속된 구조조정의 문제"라며 "예보의 공동계정을 이용하거나 캠코가 부실채권을 털어주고 시중은행한테 떠넘기는 일련의 정책들은 과거 기존 대주주들의 경영실패와 감독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는 도덕적 해이 등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축은행은 총 100개 정도로 몇몇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부실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부실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대주주의 적격성 문제'를 꼽았다. 

그는 "심각하게 골병든 저축은행 몇 개를 시중은행한테 떠넘긴다고 해서 과연 저축은행 업종 전체의 구조조정이나 그 저축은행들이 수행하는 서민금융 업무가 활성화 되진 않을 것"이라며 "예보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개정을 통해 공적자금을 새로 조성해서 이를 기반으로 100개의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 청산할 것은 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은 예보가 자금 확충에 들어가야 한다"며 업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저축은행 부실 책임과 해결 방안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이 확산될 경우 전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