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프린터 피해 경보..소비자 불만 줄 이어

2011-01-18     양우람 기자

미국의 컴퓨터장비업체인 휴렛팩커드(이하 HP)가 제품 고장 시 과도한 수리비용을 청구하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는 HP사의 프린터와 복합기 등 관련 제품의 AS에 대한 피해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부품보유기간이 남았음에도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부터 멀쩡한 제품에다 엉뚱한 AS를 해 수리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까지.  

소비자들은 HP의 이 같은 행태가 제품 수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신제품 구입을 유도하기 위한 수법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업체는 "상담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40만원 프린터,수리 안 되니 39만원에 교환?

1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이 모(남. 51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8년 출시된 HP사의 K8600 프린터를 구입해서 써오다가 최근 기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인쇄 버튼을 눌러도 프린터에 움직임이 없자 이를 살펴보던 중 이 씨는 용지 자체가 프린터 내부로 밀려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까운 HP 서비스 센터로 수리를 요청했다.

얼마 후 집으로 방문한 AS기사는 "헤드가 닳아 용지 공급이 안 되고 있다. 정상적인 사용을 위해선 상당히 까다로운 수리가 필요하고 수리 후에도 정상 작동한다고 보장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담당기사는 고장난 기사를 반납하고 본인부담금 23만원+ 헤드교체비용 16만원이면 비슷한 사양의 신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수리비용을 별도 청구하는 기사에세 "수리를 않고 새제품으로 교환하는 데 수리비용 16만원을 왜 청구하냐"고 묻자 “규정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혹시나 자신이 말을 잘못 이해했나싶어 재차 묻자 “어짜피 새제품을 사는 것과 가격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뻔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씨는 “40만원을 주고 산 프린터를 반납하고 39만원에 새 제품을 가져가라는 것이 무슨 경우냐”라며 “제품을 교환해 주면서 수리비용을 따로 청구한다는 것은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HP 관계자는 “본인부담금과 수리비가 동시에 청구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씨에게 수리했을 경우와 비슷한 사양의 제품으로 교환했을 경우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프린터 박살낸 뒤 “보상하려 했는데...”

용인시 신갈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명 모(남. 39세)씨는 아직도 지난 연말부터 HP와 벌였던 한바탕 난리를 생각하면 분을 삭히기 힘들다. 

김 씨는 2009년 9월 무렵 아이들의 학교 과제를 위해 HP 복합기 C4480를 구입해 가족들이 있는 수원집에서 사용해 왔다. 지난 해 봄부터 사업장 업무가 바빠지면서 한 달에 겨우 한두 번 집에 들르는 사이 아이들로부터 "컴퓨터가 켜지지않는다"는 투정 전화가 잦아졌다. 

컴퓨터가 초기화면에서 멈춘 채 부팅이 되지 않는 증상을 확인한 명 씨는 당연히 컴퓨터에 이상이 있을 꺼라 짐작하고 AS센터를 찾아 하드를 포맷하고 OS를 새로 깔아도 현상이 동일하자 프린터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 용인 HP서비스센터로 수리를 의뢰했다.

하지만 간단한 연결 테스트를 해보던 수리 기사는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며 더 이상 취해줄 조치가 없다고 손을 놨다.

명 씨는 그 자리에서 본사로 프린터를 보내 상세 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며칠 후 HP측은 본사의 엔지니어 역시 "테스트 결과 이상이 없다. 원할 경우 수리 기사를 집으로 보내 상세한 점검을 해주겠다"고 안내했다.  

2일 후 방문요청하자 담당 기사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데 괜한 출장비만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로 명 씨를 화를 돋웠다. HP 대리점을 방문해 해결책을 재차 요구했지만 끝까지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 순간 욱하는 마음에 그 자리에서 프린터를 내동댕이쳤다. 

며칠 후 HP 본사 측은 "보상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훼손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기막힌 내용을 전했다.

명 씨는 “물건 팔 땐 굽실거리더니 AS에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분을 참을 수 없었다”라며 “방법이 없다고만 하다 이제야 보상진행 중이였다니 장난을 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HP 관계자는 “USB를 꽂는 단자나 케이블에 이상이 있어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라며 “현재로썬 물건이 파손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린터를 본사에 올려 보낸 지 하루 만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니냐는 진단에 대해선 “이상 유무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기준이 되는 몇 개의 컴퓨터에 연결해 진단을 내린다”라며 “명 씨의 작업환경을 똑같이 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검증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 HP,“소비자의 오해일 뿐”

수리보다는 제품 교환을 유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HP 측은 "제품 수리 외에 방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오해로 빚어진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해당 모델이 오래되거나 부품이 희귀해 수리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할 경우에는 비슷한 성능을 보유한 최신 제품으로 교환하는 것이 이득”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교환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금전적으로나 제품 사용에 있어서나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들 때만 이를 안내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대리점이나 AS센터에서 보인 안이한 태도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각 대리점에 수리 지침이나 안내문을 보내긴 하지만 일정을 조절하는 것은 대리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