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난방기구 피해 쇄도
수십만원 요금 폭탄 맞고 발동동…허위.과장 광고 주의보
계속되는 혹한으로 전기 난방기구 사용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정부가 전기 사용 줄이기 켐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절전 기능을 강조한 전기히터, 전기 난로 등을 구입해 사용하다 전기요금 폭탄을 입은 소비자들의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상승에다 겨울철 난방비 폭탄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난방기구 사용으로 인한 전기 요금 피해는 업체들의 과장․허위광고에서 비롯된다. 영업용 난로를 가정용으로 속여 팔거나 사용 요금을 과장 기재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 '하루 854원'이라던 전기히터.."누진제 몰랐어?"
14일 경기도 이천에 사는 이 모(여.43세)씨에 따르면 그는 새로 산 전기히터를 사용하고 45만원이나 되는 요금폭탄을 맞았다.
이 씨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은 6~7만원 정도. 평소보다 6배가 넘는 액수에 한숨만 가득 내쉬었다.
이 씨가 전기세라믹히터를 구입한 건 2달전. 문제의 전기히터는 당시 케이블TV 홈쇼핑에서 '하루 7~8시간 사용해도 전기료는 겨우 854원'이라며 사용요금이 저렴하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광고했던 제품이었다.
이 씨가 히터를 사용한 시간은 하루에 10시간 정도. 홈쇼핑의 과장광고에 화가 난 이 씨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자신처럼 동일한 피해사례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전기히터를 판매한 신일산업주식회사 관계자는 “‘하루 전기료 854원’이라는 문구 옆에 ‘누진제 미적용’이라며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말하며 “이를 보지 못한 고객의 잘못”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법적인 기준에는 하자가 없도록 한 것”이므로 “회사 측에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 영업용 전기난로, 가정용으로 허위광고
경기도 일산 탄현동에 사는 김 모(여.42세)씨는 최근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이상벽의 대웅모닝컴 전기난로’를 선물로 받아 사용했다.
한 달 남짓 후, 청구된 전기료는 50여만원. 깜짝 놀란 김 씨는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해도 이만큼은 안 나온다”며 “난로 한 번 사용하다가 살림 바닥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현재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 광고되는 ‘하루 8시간 사용에 896원’이란 문구를 믿고 사용한 김 씨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광고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니 ‘일반용 전력 기준, 부가세 별도’라는 작은 글씨가 있었지만 김 씨는 “빠르게 지나가는 TV광고를 꼼꼼히 보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속상해 했다.
누진제를 적용한다손 쳐도 '하루 896원'이라는 금액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과장광고라는 것이 김 씨의 주장.
판매업체의 고객센터 상담원은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업체는 전혀 모르는 회사”라며 “아마 우리 업체에서 전기난로를 대량 구입한 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원은 이어 “그 제품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제품이기 때문에 영업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는 말로 김 씨를 놀라게 했다.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구입한 전기난로는 ‘대웅모닝컴’과는 전혀 다른 업체인 것도 밝혀졌다. 온수매트 전문업체인 ‘대웅모닝컴’에서는 해당 업체에 상표사용권한만 넘겨주었을 뿐이라고.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은 광고만 보고 유명업체의 제품으로 착각한 뒤 낭패를 보고 있다.
◆ ‘한솔코리아, 한솔매트, 한솔의료기’... 한솔그룹과는 무관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사는 송 모(남.30세)씨는 한 달 전 홈쇼핑을 통해 ‘한솔 굿모닝온돌마루 카페트’를 구입했다. 하루 8시간 사용하면 한 달 전기료가 2천512원밖에 안 든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던 송 씨는 마음 놓고 제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얼마 후 청구서를 확인한 송 씨는 8만 원이 넘는 전기료에 경악했다.
화가 난 송 씨는 고객센터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자 제품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한솔코리아, 한솔매트, 한솔의료기, 한솔온수매트 등 ‘한솔’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매트 제조업체들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나 이인희씨가 오너인 한솔그룹과는 무관하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문제의 제품을 구입한 데에는 ‘한솔’브랜드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던 송 씨는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업체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황당해 했다.
◆ 소비자들은 전기요금 누진제와 과장광고 조심해야
이 같은 피해사례는 전기요금 '누진제' 부분에 대해 은근슬쩍 숨기고 광고하는 업체들의 교묘한 상술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기본요금은 6단계, 사용량 요금은 7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예를 들어 월 사용량이 500kWh를 초과한 7단계 요금단가는 50kWh 이하인 1단계보다 최고 18.5배나 더 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용 난방기를 하루 5시간씩 사용해 한 달 450kW의 추가 전력량이 발생할 경우 평소 전기요금이 2만원(200kWh), 4만원(300kWh), 7만원(400kWh)인 가정은 각각 21만원, 26만원, 31만원 정도의 추가요금을 내게 되는 것.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난방기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한 달 소비량과 그에 따른 요금을 꼼꼼히 확인하고, 신용도 높은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