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공정위 칼날 피하려(?) 가격인하 잇따라
식품업계가 설을 앞두고 물가관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 눈치를 보느라 잇따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국내 포장두부 시장 1위 풀무원식품은 불과 2달 전 인상했던 제품값을 일부 내리는 굴욕을 맛봤다. 정부가 물가불안 품목에 대한 담합조사와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13일 하루 전에 결정된 일이다. 풀무원식품에 이어 CJ제일제당, 동서식품도 각각 두부, 커피 가격을 내리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풀무원식품의 가격 인하 제품은 ‘통째로 콩한모(330g)’ ‘소가 찌개용두부(300g)’ 등 6종이다. 이들 제품은 오는 25일부터 3.2~7.7% 가격이 인하된다.
풀무원식품은 "두부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설날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5.5% 내린다"고 발표했다.
CJ제일제당도 오는 24일부터 ‘행복한콩깊은바다찌개’ 등 두부 6종의 가격을 평균 7.7% 내릴 예정이다.
가격이 인하되는 6개 품목 가운데 ‘행복한콩 깊은바다찌개(300g)’는 3천100원에서 2천850원으로 8.1%, ‘맛있는콩두부(찌개용)’은 1천300원에서 1천200원으로 7.7% 인하된다. 6개 품목의 가격인하 폭은 7.1~8.1%다.
그러나 풀무원식품은 지난해에만 최고 30% 이상 두부가격을 올려 눈총을 받았다. 두부 주원료인 콩 도매가격이 껑충 뛰었다며 지난해 5월 3.5% 올린데 이어 11월에도 은근슬쩍 최고 27%까지 값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풀무원식품에 이어 CJ제일제당도 지난해 말 포장두부 가격을 평균 19% 가량 인상했다.
따라서 포장두부 가격을 평균 20% 안팎으로 인상한 것과 달리 5.5~7.7%인하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사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콩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100% 이상 올랐기 때문에 두부값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콩 등 농산물을 총괄하는 농림수산식품부 실무자가 공개석상에서 커피.두부가격 인하를 거론했던 지난 7일까지만 해도 양사는 (가격인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었다.
결국 11일까지만 해도 가격인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던 풀무원식품이 반나절만에 입장을 돌변한 것이다. CJ제일제당 역시 풀무원의 발표가 나온 뒤 긴급회의에 들어가 가격인하 품목 및 범위 등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올린 제품을 며칠만에 갑작스럽게 되돌리는 발표가 났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동서식품 역시 가격인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동서식품은 수요 진작과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동참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오는 17일부터 맥스웰 캔커피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