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저축은행 처리, 고강도 책임추궁 불가피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과 과도한 자산 부풀리기로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된 삼화저축은행의 몰락은 향후 금융거래 관행과 감독질서를 크게 바꿔놓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우선 삼화저축은행 부실 건은 '방만한 경영'과 '미온적인 감독'이 나은 산물로 파악되고 있다.
그간 감독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소비자들은 저축은행 거래 때 부실 불감증에 걸렸고 이 저축은행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도 예금자들은 큰 위기감 없이 거래를 지속하다 피해를 입었고 피해규모 또한 덩달아 커졌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삼화저축은행 처리과정에서 상당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의 그간 경영형태는 방만 그 자체였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으로 꼽히고 있는데 과연 저축은행 대형화가 바람직한 것인지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자산규모가 조단위를 넘는 곳이 많고 삼화저축은행도 그중 하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런 현상은 결코 바람직 하지 못한 것으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예금금리 1%포인트만 높이면 자산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만큼 저축은행을 평가할 때 자산규모가 얼마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경우 중소금융기관이라는 본래의 특성을 살려 방만한 자산 확대보다는 자산 규모 5천억원 이내의 수준에서 짜임새 있는 경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관리감독도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방만한 경영'과 '부실 감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저축은행은 부동산 PF등에 과도한 대출을 했고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몰락의 쓴 맛을 봐야 했다. 그 결과 부채가 자산을 504억원이나 초과했고 지난해 6월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마이너스 1.42%로 지도기준 1%보다 훨신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금융당국은 과감한 조치를 배제한 채 자율적인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적기시정조치를 5개월이나 유예시켜왔지만 경영정상화는 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되다가 부실금융기관지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에선 그간 '삼화저축은행'을 비롯한 부실 저축은행 처리와 관련해 M&A 등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은 조용한 해법을 찾으려 했겠지만 그런 정책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급기야 삼화저축은행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라는 강경대책을 내놓기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그간 금융당국마저 일부 저축은행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은 부실 불감증에 빠져버렸고 부실금융기관에 지속적인 예금을 해 오다가 더 큰 손실을 초래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컨대 삼화저축은행 부실금융기관 지정 하루전에 5천만원 이상의 예금을 한 고객들의 경우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부실징후가 발생할 때 인수합병 등 미온적인 대책이 아니라 경영개선 명령 등 강도높은 처리를 해 왔더라면 예금자들이 상태가 좋지않은 저축은행과 겁없는 거래를 지속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의식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삼화저축은행 사태로 예금자 5만명의 자금이 묶이고, 5천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경우 63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피해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일단 서울 소재 삼화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되자 영업정지 6개월에 해당하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고 삼화저축은행이 1개월 이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매각 절차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자체경영정상화가 될 경우 매각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조만간 이 회사에 대한 본격적인 주인 바꾸기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저축은행이 금융지주사 등에 매각될 첫 사례가 될 지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삼화저축은행 처리와 관련해 미리 인수자를 정하고 인수자가 설립한 저축은행에 삼화저축은행의 우량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방식을 취할 방침이다.
이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천만원 이하의 예금자는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5천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은 파산채권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영업정지 기간에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26일부터 신청자에 한해 가지급금 1천5백만원을 우선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부실감독책임자를 엄중 징계하고 나아가 삼화저축은행 부실경영책임자들에 대해 과감한 민형사상 책임추궁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부실 불감증이 고객들로 하여금 부실저축은행 이용을 계속 할 수 있게 했고 그 피해도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적자금도 엄청 나게 투입될 전망이어서 관련자 처벌이 어정쩡하게 이뤄질 경우 전 국민적인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화저축은행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