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칼 빼든 학습지 피해..실태 요지경

2011-01-20     박민정 기자

차갑게 몰아치는 경제 한파에도 사교육에 대한 열풍은 쉽사리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부담으로 이용자들이 많은 학습지의 경우, 계약 해지 과정에서 잦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학습지와 관련해 ▲해지거부 및 과도한 위약금 부과 ▲ 일방적인 '15일 해지' 통보기간 ▲방문교사의 불성실한 태도 등의 피해제보가 접수됐다. 이 중 ‘계약해지’와 관련된 피해가 90% 이상를 차지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교사의 불성실 등 사업자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미경과 계약기간의 구독료 환급과 동 구독료 10% 금액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빌미로 해당업체들은 '자체 계약해지관련 조항과 과도한 위약금'으로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2월부터 학습지업종의 위약금을 총 계약금의 10%내로 제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계속거래 학습지업에 위약금·대금환급에 관한 기준(이하 위약금 기준)이 적용되어 기준치 이상의 위약금 부과 시 그 부분은 행정법규에 위반돼 무효가 된다. 또한 위약금 과다부과를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계약해지는 무조건 15일 전 통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 사는 신 모(남.42세)씨에 따르면 그는 자녀들의 사교육을 위해 2009년 여름부터 ‘한솔교육’의 방문교사 교육서비스를 받아왔다.

1과목당 11만7천원 교육비를 선입금하는 식으로 3과목을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아이의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지난해 12월 말 방문교사에게 계약해지와 함께 선납한 수업료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자 방문교사는 “약관에 '교육시작일 15일 전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선입금한 비용은 환불 불가'로 명시되어 있다”며 "선 입금 된 다음 달은 예정대로 교육받는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신 씨는 계약체결 당시 해지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지 받지 못했던 터라 황당하기만 했다.

신 씨는 “교육 시작되기도 전에 해지를 신청했고, 위약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약관만을 내세워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한솔교육 관계자는 “방문교사가 말한 약관규정은 고객에게 권장하는 내용일 뿐 사실이 아니다. 단지 계약 시 상호 합의된 부분이라면 계약서 기타 부분에 기재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방문교사가 잘못 전달한 것 같다”며 해명했다.  

본지의 중재를 통해 환불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학습지 장기계약 시 '위약금 폭탄' 주의보

원주시 단구동의 김 모(여.40세)씨는 2009년 중학생인 두 자녀의 학업 신장을 위해 인터넷 강의 학습지를 2년 계약했다.  가입을 유도한 상담원은 2년 치 학습지를 한 번에 내라고 안내했지만 경제적 부담을 느낀 김 씨는 매달 12만원을 분납하기로 했다.

상담원은 학습 초기에 문자와 전화로 아이들의 학습 상황을 관리했지만 두 달이 지나자 관리가 뜸해졌고, 아이들도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아이들을 설득해 1년 넘게 학습지 구독을 계속해오다가 지난 해 4월 업체로 해약의사를 전했다. 회사 측은 가입 시 안내하지 위약금은 안내했고 기분이 상한 김 씨는 학습비 자동이체 통장의 잔고를 비우고 해약을 거듭 요구했다.

A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밀린 책값을 납부하고 가입 시 받은 선물 가격 등 사용기간에 따라 위약금 10%를 내면 해약이 가능하다. 고객으로부터 해지통보를 받은 것은 4월이 아닌 7월”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서 내용을 잘 보지 않아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 해약통지서와 계약서 사본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약 당시 업체로 부터 고지 받지 못했다는 위약금 규정을 해지 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방문교사 교체는 NO, 교재는 떠넘기기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사는 박 모(여.38세)씨에 따르면 7살 된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4과목에 12만원을 지불하고 G학습지에서 교육서비스를 받아왔다.

하지만 박 씨가 이사를 한 후, 새로운 방문교사가 배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방문교사가 4과목 중 한 과목을 임의적으로 레벨D에서 C로 한 단계 하향시킨 것.

박 씨는 “6개월마다 치러지는 레벨테스트를 통과해 획득한 레벨”이라며 수정을 요청했지만 교사는 “진도에 대해 토를 달지 말라”는 식으로 수업을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일정마저 학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문교사 위주로 배정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 이틀 전에 미리 수업시간 변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참다못한 박 씨가 업체 측으로 담당교사 교체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거절당했다. 결국 박 씨는 지난 12월 계약해지와 함께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방문교사는 “환불할 수 없다. 수업진행에 있어 과실이 없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박 씨가 강력히 항의하자 업체 측은 “해당교사의 수업비부분만 환불해주겠다. 하지만 다음 달 학습지교재비는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 씨는 “방문교사의 불성실한 태도를 이유로 해지한 것인데도, 교사 교체를 거절한 채 교재만 떠넘기려 한다”며 “더이상 싸울 힘도 없어 교재를 구입하기로 했다”며 업체 측 제안을 받아드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취재 이후 다행히도 업체는 소비자로부터 해당 교재를 반환받기로 하고, 그 비용을 환불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 학습지 계약해지 분쟁 막으려면

현행 규정에 따르면 방문영업사원에게 계약한 경우에는 계약일 등으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철회할 수 있으며, 장기구독을 계약한 학습지는 잔여기간 구독료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있다.

또한 올 초부터 시행되는 위약금․대금 환급에 관한 기준에 의하면 ‘계약해지 이후에 제공키로 한 재화금의 10%만을 위약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만일 이를 어기고 부당하게 위약금을 받을 경우 업체는 행정처벌을 받게 된다. 앞으로 이 법규는 학습지 계약해지와 관련해 분쟁을 막을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학습지 계약에 따른 특약사항(중도 계약해지 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체결 후엔 계약서를 잘 보관해야 한다. 소비자가 중도해지로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내용증명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등 해지의사를 분명히 통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학습지는 중도해지를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해 가급적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피하고, 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업체 측이 약속한 학습방법을 계약서상에 명시해두면 사후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지와 같은 계속적 거래에 있어서 충동계약을 피해야 하고, 만일 업체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업체 측에 해지와 관련해 내용증명서를 발부, 유관기관에 분쟁조정 신청,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