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저장된 휴대폰을 새것으로 판매"

헌 단말기 새 제품 둔갑 피해 급증...판매업체 "실수야~실수"

2011-01-19     김현준 기자

통신사 직영대리점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입한 새 휴대폰이 알고 보니 중고폰이었다는 충격적인 피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구입 대리점에서 포장된 박스와 비닐을 뜯는 과정까지 확인한 소비자들은 막상 자신의 휴대폰에서 알 수 없는 사진이나 전화번호, 숨겨진 흠집 등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용 흔적이 발견될 경우 교환이나 환불 조치를 받을 수 있지만 '새로 산 휴대폰이 중고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조업체나 판매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와 판매점들은 "중고폰을 새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단순한 실수'임을 강조했다.


◆ "어차피 교환해주기로 했는데 무슨 상관~"

19일 전라남도 나주시 송월동에 사는 장 모(남.44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초 갤럭시U를 구매했다.

화이트 색상을 원한 장 씨에게 직원은 "아주 살짝 흠집이 난 제품이 있는데 괜찮겠냐"며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 새 제품을 신청해서 교환해 드릴 테니 일단 그 제품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이에 장 씨는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흠집이니 그냥 사용하겠다"고 답하고 바로 개통했다.

개통 후 집에 와서 휴대폰을 살펴보다가 장 씨는 단순히 흠집만 있는 것이 아닌 mp3파일, 사진 등이 저장돼 있음을 발견하고 대리점에 연락했다. 담당 직원은 그제야 "사실 번호가 한 번 들어갔던 휴대폰"이라며 "어차피 며칠만 쓰고 교환해주기로 했는데 별 상관없지 않냐"고 가볍게 응대했다.

장 씨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했으나 개통 취소하고 싶다"며 "손님에게 한 마디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중고폰을 신규로 개통한 것도 모자라 사후처리도 너무 데면데면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 개통 이틀 전에 찍힌 사진 보고도 발뺌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에 사는 최 모(남.42세)씨는 지난해 11월 24일 갤럭시탭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갤럭시탭을 실행해보던 최 씨는 깜짝 놀랐다. 개통되기 이틀 전인 22일에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

개통 대리점에 찾아가 "중고제품을 판매하면 어떡하냐"고 따지자 담당자는 "그럴 리 없다"고 발뺌했다. 화가 난 최 씨가 22일자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야 중고제품임을 인정한 담당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최 씨는 "외형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다"며 "증거가 될만한 사진이 들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억울한 일을 당할 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환받은 제품마저 중고품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사는 김 모(남.38세)씨는 두 달 전에 개통했던 갤럭시S가 깨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를 받아 새 제품으로 교환받은 김 씨는 새로 받은 갤럭시S를 꼼꼼히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배터리 안쪽 부분에 벗겨진 흔적이 있었던 것.

황당한 마음에 고객센터에 연락하자 "보낸 폰은 분명히 새 제품"이라며 "배터리를 탈착하다가 긁은 것 아니냐"는 오히려 김 씨를 의심했다.

김 씨는 "끈질기게 연락한 끝에 결국 재교환 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심신이 다 지친 상태"라며 "처음에 교환신청 했다고 다시 중고폰을 보낸 것 아니냐"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중고폰 판매' 사건들에 대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순변심으로 개통한 지 며칠 내에 반품되는 휴대폰은 제조사로 돌려보내서 새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져 나오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사진, 전화번호 등 저장된 기록들이 초기화되지 않고 나오는 경우에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 직영점이 아닌 판매점에서 간혹 개통 이력이 있는 휴대폰('이력폰')을 고객에게 고지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력폰'은 보통 체크 및 차단 등의 관리가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빈틈이 생겨 그런 사건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대 근처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개통 이력이 있던 휴대폰은 원칙적으로 반납하게 되어 있다"며 "그런 휴대폰을 개통해봤자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굳이 문제의 소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진열되었던 휴대폰을 고객들이 살펴보는 과정이라던지, 일요일에 판매하고 미개통된 휴대폰을 반품하는 과정에서 그런 내역들이 남을 수도 있다"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고의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