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또'포커 게임'..항공 경영권에'베팅'

부실경영으로 채권단과 경제계에 큰 부담 안겨, ..노조 등 퇴진운동 계속

2011-01-20     임민희 기자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한통운(사장 이원태) 매각 추진과 최신 대형항공기 구입 등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사장 윤영두) 경영정상화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조기졸업'이란 사명을 띠고 경영일선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사장 김종호)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까지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산업 적극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선 포스코 등에 대한통운만 팔면 아시아나 항공과 금호타이어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흑자를 유지하면서 경영정상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회장이 대한통운 매각 작업을 서두르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과 금호그룹의 이같은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주주의 자격까지 회복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노동조합 측은 지금도 계속해서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채권단 또한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박 회장이 내놓은 주식을 돌려주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부실의 늪에 빠지게 함으로써 경영이 나빠진 금호생명과 대우건설 등을 채권단이 어쩔 수 없이 인수하는 등 경제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손실을 끼친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의 경영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계열사 주식을 돌려주려면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정서가 이를 허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한통운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 정상화' 시동

20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사장 서종욱)은 각각 보유 중인 대한통운 지분 23.95%을 합친 총 47.9%를 공개 매각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행장 민유성)은 구체적인 매각 일정 등을 놓고 채권단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 매각에 서둘러 나선 것은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의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2조원이 넘고, 지난 2008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시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비싼 값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약속한 풋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통운의 매각가격은 최대 2조원 안팎으로 수익성과 현금 유동성이 좋은 알짜배기 기업이라는 점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삼성, SK, 롯데그룹 등 일부 기업이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스코로 넘어갈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와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사고 팔기로 물밑합의를 마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채권단이 매각절차에 동의하면 지분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주체가 되어 매각이 진행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은 각각 이사회에 대한통운 지분 매각 계획을 보고하고·승인 받은 후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인수․합병(M&A) 절차를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대한통운 매각이 끝나면 풋백옵션으로 인한 그룹 전체의 자금난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금호아시아나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2천억원의 흑자를 냈고 금호타이어등 다른 계열사들도 대부분 양호한 경영 성적표를 내고 있어 대한통운 문제만 해결되면 그야말로 정상경영의 시동을 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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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투자는 경영권 확보 차원?

이와 함께 최근 금호그룹은 주력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 하여금 초대형 항공기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A380기 6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그룹 내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도 220석 규모의 대형항공기 에어버스 A321-200 기종을 구입해 지난 18일부터 부산-타이페이 노선에 투입시켰다.

관련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구입 역시 박삼구 회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올해 대한통운이 재매각 되면 아시아나 항공이 부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조기 정상화를 이루고 경영권도 되찾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0년부터 산업은행과 자율협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 3조7천910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이중 항공운송사업 매출액은 3조4천31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1%를 차지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9천3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7%를 기록하는 등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금호건설 역시 공공부문에서만 1조원 이상 수주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추가 도입은 총수인 박삼구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점과 미래투자 측면에서 항공기 업그레이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에 대해 "그룹차원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매각진행은 그룹과 채권단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격경영으로 워크아웃 조기졸업" 다짐… 노조 반발 여전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그룹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인 만큼 올해에는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일 시무식에서 "올 한 해를 '새로운 금호아시아나 기반 구축의 해'로 정했다"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고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조기에 졸업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중국 웨이하이시에서 왕페이팅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당서기를 만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환담을 나누는 등 대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웨이는 중국노선 중 핵심 노선에 속하는 곳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5년 주 4회 신규 취항한 후 2006년에는 주7회로 인천-웨이하이 비행 편을 증편 운항 중이다.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계열 경영지원단(금호지원단) 관계자는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며 "금호그룹 워크아웃 플랜이 60% 이상 마무리된만큼 금호지원단을 해제하고 팀제로 운영, 관련 업무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추가 구입 등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자체적으로 구입한 것일 뿐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확보 차원이라는 등의 얘기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반대해온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금호고속과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내 노동조합과 협의체를 만들어 박삼구 회장의 퇴진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확보 움직임에 대해 "실제로 진위를 파악 중"이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번 실패한 경영진에 다시 경영권을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며 독립적입 전문경영진을 세울 것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iz&ceo뉴스/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