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vs 신영자, 루이뷔통 전쟁 2라운드 개막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세계 최초로 루이뷔통 브랜드 유치를 성사시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성공 신화에 찬물이 끼얹혀졌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루이뷔통 입점을 두고 벌어진 '재벌가 딸들의 루이뷔통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호텔신라의 루이뷔통 매장 유치를 막는 임대계약 체결 금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서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롯데면세점은 공항공사가 롯데면세점과 2007년 제2기 면세점사업자 입찰 당시 약속했던 ▲면세점을 새로 허용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업자의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이뷔통 신규 매장 594m²(180평 정도)중 일부만 기존 신라면세점 공간이고 나머지는 공항의 여객대합실 공간이기 때문에 루이뷔통이 들어선다면 계약 당사자인 기존 신라면세점 공간 외 상당 부문을 임차하게 되는 만큼 사실상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또한 "루이뷔통에 대해서만 7~8%의 낮은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10년의 계약기간을 부여한 점 역시 다른 면세점 사업자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어 의무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이 법적 분쟁까지 가며 루이뷔통이 입점을 무산시키려 하는 배경은 루이뷔통 입점 여부가 향후 국내 면세점 판세를 좌우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면세점 매출 1위는 롯데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5월 AK면세점까지 인수, 그간 제한적으로만 판매했던 면세점 인기상품인 화장품과 향수 판매량을 늘리며 호텔신라와의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신라면세점이 루이뷔통 입점을 성사시키면서 롯데의 위기감은 커졌다.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시장점유율이 40% 정도로 비슷하지만 루이뷔통 입점으로 인해 앞으로 신라면세점으로 무게중심이 확 기울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루이뷔통은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그동안 공항 면세점 입점 불가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런 루이뷔통이 한국, 일본, 중국 고객을 타깃으로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입점하기로 결정한 만큼 롯데로선 '판정패'의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호텔신라가 인천공항에 제안한 파격적인 루이뷔통 입점 위치 역시 롯데를 긴장하게 했다. 호텔신라가 루이뷔통의 자리로 공항 면세점에 제안한 장소는 27번과 28번 게이트 중앙으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곳이다.
루이뷔통의 면세점 입점은 삼성과 롯데 양대그룹의 대표여성CEO 간 대결이란 점에서도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직접 맞대결을 펼쳐 양 그룹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호텔 신라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부진 사장의 경영수완이 일약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이 사장이 전무에서 호텔신라 사장겸 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으로 파격승진한 것도 루이뷔통 면세점 유치가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신영자 사장에겐 치명적인 패배였다.
이번 소송으로 신영자 사장의 설욕전이 시작된 셈이다.
롯데면세점의 소송에 대해 호텔신라는 "롯데 측의 소장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입점을 진행했으며 내용을 면밀히 확인한 뒤 추가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biz&ceo/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