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맛집탐방] '꽃 피는 동백섬에…' 아줌마가 있었네

2007-03-15     뉴스관리자
●오륙도

집밥이 맛있는 이유는 어머니가 옆에서 ‘짜니, 싱겁니’ 하는 관심과 애정의 조미료가 더해져서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 이름처럼 동떨어진 섬 ‘오륙도’에서는 음식 이상의 것들이 기대 이상의 포만감을 가져다준다.

가게 외관만 보고 끌려 들어갈 만한 곳이었다면 “애초부터 진작 단골이 되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남게 하는 곳, 허름한 외관에 ‘실내포장마차’라는 간판만이 이곳의 정체를 짐작케 한다.

처음 들어가면 좁은 실내공간, 몇 안 되는 테이블 그리고 가격조차 적혀 있지 않은 메뉴판이 사람 멋적게 한다.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어?’ 하는 마음에 오돌뼈랑 부대찌개를 시켜보는데 등장하는 음식을 보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가는 곳마다 널려 있는 주점의 얄팍한 냄비에 부대찌개를 습관적으로 상상했건만, 커다란 솥에 정말 잡다한 재료들을 푸짐하게 넣어 끓여 내오는데 입이 쩍 벌어진다.

게다가 아는 사람 소개 받아 왔다고 하니 나중에 리필할 사리 하나까지 공짜로 챙겨준다. 주인아줌마 계속 “필요한 거 없냐”고 묻더니 결국 참견할 거리를 찾은 듯 신나서 육수를 준비해 온다. 육수 가져오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나 했는데 만두 10개를 부어준다.

밥 맛 제대로 당기는 오돌뼈는 이곳 절대 인기 메뉴. 100% 단골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의 ‘일품메뉴’다. 미각의 욕구에 충실해 밥 한 공기 시키니 보통 식당에서 두 공기는 족히 될 만한 수준으로 꾹꾹 담아 주는데 배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아줌마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가격, 단돈 1만 2천원하는 닭도리탕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그 역시 커다란 솥에 끓여 내는데 맛깔스런 양념에 잠긴 푸짐함이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게다가 술을 기울이는 내내 식은 안주는 끊임없이 데워주고, 모자란 기본 안주는 채워주고…

모든 안주가 그런 식이다. 항상 푸짐한 안주건만, 모자라다 싶으면 더 얹어 주기도 하고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은 소주 값 500원을 빼주기도 한다. 대부분 주는 만큼 먹고 알아서 돈 내는 식이다.

술을 한두 잔 기울이고 있노라면, 아줌마는 또 한명의 일행이 되어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도시락을 싸주는 아침,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먹는 내내 참견하고 대화에 참여한다.

대학 시절, 수업 시간에 한 남학생이 ‘오륙도’란 맛집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맛있기에 저러는 걸까. 왜 저리도 자신있게 추천하는지 내내 의아했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이해할 수 있다.

술이 고픈 날, 친구가 없는 날, 오륙도로 향한다. 작은 섬에서의 술 한 잔, 어머니 같은 주인 아줌마와의 격의 없는 대화가 한 없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주방을 마주한 테이블에 앉아 아줌마의 대화를 안주 삼아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노라면 세상만사가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만 같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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