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반장' 김석동, 부실과의 외로운 혈투 눈길
최근 금융위원장에 취임하기가 무섭게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홀로 매진하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외로운 혈투가 금융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중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과감히 처리하지 못한 당국자들이어서 인지 김석동 위원장만이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로선 이번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게 일부 지각있는 금융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지금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과거 노무현정부때부터 쌓여온 부실을 정리하는 성격이 되지만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완결하지 못하고 차기정권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때가서는 이명박정부때 발생한 부실정리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이같은 판단의 배경이다.
그런점에서 '대책반장'으로 투입된 김석동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임기 후반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가 친 서민 정책을 보여줄 수 있는 히든카드로 김 위원장을 기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김 위원장 또한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문제 '대주주와 금융당국 책임'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권의 질서와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저축은행 부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부동산 침체의 영향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화되면서 저축은행부실 문제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저축은행업계의 부실 대출 규모는 6조7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PF부실채권 규모만 3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조5천억원을 들여 61개 저축은행의 PF부실채권을 사들인 바 있으며, 올해에는 3조5천억원의 구조조정 기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 부실 해소를 위해 총 17조원이 넘는 기금을 쏟아 부었으나,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은 방만 경영으로 문제를 야기한 경영진과 대주주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실을 방치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도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저축은행의 부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이는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감독당국의 미봉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으로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문턱을 낮췄다. 하지만 2003년 카드대란사태 당시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줬던 수십개의 저축은행은 부실에 짓눌려 문을 닫게 됐다.
당국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6년께 저축은행에 한 기업당 대출한도 80억원 규제를 풀어줬고, 이는 현재 부실 대출을 일으킨 촉매재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거들기 위해 내세운 '규제완화' 정책이 되레 저축은행에 위기를 안겨다준 원인이 된 셈이다.
당국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금융당국은 또 뒷북 감독으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저축은행 업계에 포진해 있어 안일한 감독을 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는 외환위기 때 부실이 정리된 은행과는 달리 저축은행의 부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부실을 방치하거나 미봉책에 그칠경우 서민금융 체계가 붕괘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당국은 공적자금을 써서라도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고 저축은행들에게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책임의식과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그간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감독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 온 다른 당국자들과 김석동위원장이 한 정부아래서 일하고 있지만 떳떳하고 당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김위원장 한사람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은 과거 저축은행문제를 적극 다루지 못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남다른 위치'에 있는 김석동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부실 저축은행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김석동 위원장은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해결사로 인식되고 있어 그나마 금융계를 안도케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김석동 위원장이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본연의 뚝심으로 금융시장의 안정과 질서를 확립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전체적인 틀을 잡은 뒤 단계별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주문한 김석동 위원장. 앞으로 과감한 결정을 통해 부실의 근본을 뿌리뽑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