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채권 추심 주의보..공소시효도 무시

2011-01-31     김솔미 기자

“귀하의 채무가 장기간 연체되어…강제경매를 통하여 채권을 회수하고자 알려드리오니 즉시 아래 유체동산 압류예정일 전에 연체금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생전 처음 듣는 회사로부터 어느 날 이런 내용의 통지서가 도착했다면? 구입하지도 않은 제품의 대금납부를 독촉하는 업체로 인해 소비자가 뿔났다. 심지어 6년 전 구매이력은 사실확인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사는 박 모(여.30)씨는 이달 초 알지 못하는 업체로부터 난데없이 ‘유체동산 (가)압류 의뢰 통지서’를 받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업체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2003년 12월 9일 박 씨가 ‘사슴녹용중탕’ 제품을 19만 8천원에 구입했고, 계약금 2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이 현재까지 전혀 납부되지 않고 있다는 것.

따라서 미납금 17만8천원과 연 20%의 연체료를 포함한 47만7천900원을 이달 31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박 씨의 재산에 대하여 압류명령을 의뢰하겠다는 게 요지다.

알고 보니 박 씨에게 통지서를 보낸 곳은 ‘새한신용정보(주)’라는 채권 추심 업체. 다시 말해 ‘경기농축산영농조합’이라는 제품 판매 업체로 부터 미수채권을 양수 받아 박 씨의 미납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구매했다는 ‘사슴녹용중탕’도, ‘경기농축산영농조합’이라는 업체도 알 턱이 없는 박 씨는 ‘새한신용정보(주)’로 항의했지만 한 관계자로부터 “미수채권을 판매자로부터 위임받았을 뿐이다. 통지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박 씨의 이름과 개인정보와 제품 구입 내역이 적힌 상품주문서까지 제시했다.

어이가 없어진 박 씨는 “혹시라도 누군가 내 정보를 도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잘못한 게 없다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다가 봉변을 당할까 겁난다”며 “그렇다고 구입하지도 않은 제품의 대금을 납부할 수는 없으니 난감한 노릇”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의 공소시효는 3년. 만약 박 씨가 제품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6년이 지났으므로 대금을 납부할 의무는 없다.

이에 대해 ‘새한신용정보(주)’ 관계자는 소비자가만드는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판단은 법원이 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억을 되살려준 다음에 대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는 판매자에게 미수채권을 위임받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박 씨가 상품 주문서에 적힌 글씨가 자신의 필체가 아님을 재차  항의하고 난 후에야 업체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넘어가겠다”며 물러섰다.

상황은 마무리됐지만 박 씨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제품판매업체에 연락을 시도해 보려고 했으나 박 씨가 받은 상품주문서에는 업체명만 적혀 있을 뿐, 연락처는 확인할 수 없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