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전면허용 '통신비 부담' 줄어든다
2007-03-17 장의식 기자
향후 중.장기 규제 정책의 틀로 적용될 통신규제 로드맵은 통신사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활성화 시켜 소비자들로서는 이전보다 좀 더 싼 가격에 각종 통신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통신비 부담 줄어든다 = 통신규제 로드맵 중 가장 눈에 띄는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 7월 허용이다.
결합서비스란 '유ㆍ무선전화+초고속인터넷'처럼 두 가지 이상의 통신 또는 방송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고, 사업자는 고객 이탈을 막고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는 KT 등 지배적 사업자들의 결합서비스에 요금할인을 허용하지 않아 시내전화와 이동전화를 단순 결합한 `원폰'서비스의 경우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으나 아직까지 가입자가 17만명선에 머무르는 등 시장 활성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는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나 이동전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처럼 인가 대상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들도 결합판매와 요금할인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이용자가 기존에 쓰던 시내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터넷전화로 변경할 수 있도록 번호이동성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전화가 기존 유선전화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는 등 유선전화 시장의 경쟁환경이 변화되고 싼 가격의 인터넷전화가 각종 결합상품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면서 결합판매 활성화와 함께 요금인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기 앞서 2분기 중 소비자들이 받는 보조금 역시 경우에 따라 더 많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정통부가 사업자 판단에 따라 단말기별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동통신사가 이용실적과 가입기간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단말기 모델에 따라서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정통부가 지역별로, 대리점별로 보조금 지급규모 편차를 허용함에 따라 사업자별 정책에 따라서 같은 단말기라도 보조금이 더 얹혀질 수 있다. 결국 재고폰 등의 공짜폰이 합법화 되는 셈이다.
◇ 통신요금 얼마나 싸지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할인율은 10%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합 상품의 요금할인율이 10% 이하인 경우 요금 적정성 심사를 하면서 약식 절차가 적용된다.
그러나 할인율이 10%를 넘으면 기존 인가 심사처럼 여러 시장 상황이 감안돼 사실상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출시가 제한받게 된다.
하지만 후발 사업자들의 경우 지배적 사업자를 앞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낮은 요금의 결합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TV포털이 함께 묶인 하나로텔레콤의 '하나세트' 요금 할인율은 개별 상품을 각기 이용할 때에 비해 20% 싸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할인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결합판매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시장 자율로 요금인하 경쟁이 더욱 활발해져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2005년말을 기준으로 한 4인 가구의 월 통신비가 2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했을때, 결합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월 2만원, 연간 24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연간 통신비 절감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상반기 가계 소비지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과 휴대전화 요금 등 통신비 지출은 13조268억원이다. 국민 전체 가구가 결합상품에 가입하면 1천3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용자 입장에서는 상품 구매의 탐색비용 절감, 할인요금 혜택, 통합과금 등 금전적으로 환산하지 않은 각종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품 결합에 따른 해지방어 효과로 마케팅비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결합에 따른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혜택을 볼 수 있다. 광고비나 과금 비용, A/S 비용 등 전반적인 비용 절감효과도 볼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투자 확대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 향후 전망은 = 앞으로 유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결합 상품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유선사업자들이 가장 활발히 결합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무선 결합상품을 비롯해 인터넷+IPTV+인터넷전화 결합상품 등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KT의 경우 자회사인 KTF와 함께 각종 유무선 결합 상품을 출시,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우 커플요금제, LG텔레콤의 `기분존'과 같은 홈존 서비스 등 유.무선 대체상품을 더 싼 가격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업자들도 이동전화를 기반으로 한 각종 결합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SKT와 하나로텔레콤 간의 제휴 가능성을 비롯해 LGT,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계열 통신 3사의 유기적인 제휴 및 통합도 관심거리다.
특히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위성 및 지상파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IPTV(인터넷TV) 등 새로운 서비스들도 기존 상품들과 결합될 경우 시장진입 리스크를 줄이고 요금할인, 정액요금제 등의 도입에 따른 이용량 증가와 결합에 의한 혁신기능으로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전화 활성화로 케이블TV 사업자,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간의 경쟁이 활성화돼 차세대 인터넷망 고도화와 케이블 디지털화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사업자간 경쟁이 이미 정체된 개별시장 경쟁에서 통합된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통신과 방송사업자의 수직ㆍ수평적 통합 및 제휴가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