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구급차의 '멋대로' 요금, 제도개선 시급
“그냥 보편적 기준으로 10만원 받아요. 거리에 따라 일일이 환자랑 흥정하고 있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소홀한 위생·안전관리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해 질타를 받았던 민간 구급차가 주먹구구식 요금책정 등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 사는 김 모(남.32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부친의 치료를 위해 한 대학병원에서부터 다른 종합병원까지 환자를 이송하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다.
응급한 상황이 아닌, 환자 이송이 목적이었던 김 씨는 일반구급차를 이용하길 원했지만 병원에서 불러 준 구급차는 기본요금 및 추가 요금이 더 비싼 특수구급차였다. 알고보니 병원과 구급차를 제공하는 민간업체와의 계약관계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특수 구급차를 이용하게 된 김 씨는 더욱 기가 막힌 광경을 보았다. 부친을 이송하는 구급차에는 의료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응급 구조사도 없이 운전기사 한 명 뿐이었던 것.
경황이 없었던 김 씨가 종합병원에 도착 후 운전기사로부터 청구 받은 이송처치료는 10만원.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구급차보다 앞장 서 왔던 김 씨는 어이가 없었다.
김 씨는 “내가 먼저 운전해 왔기 때문에 이 길을 잘 알고 있고, 거리를 인터넷으로 측정해 봐도 대략 36km정도 밖에 안 되는데 10만원은 부당하다”고 항의했고, “양산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는 보편적으로 10만원 씩 받는 것”이라는 기사와 몇 차례 실랑이 끝에 7만6천원을 지불할 수 있었다.
불쾌해진 김 씨는 “응급 구조사도 없이 의료기구가 잘 갖춰진 특수구급차를 타 봐야 뭘 하냐”며 “법적인 기준이 있을 텐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병·의원과 민간이송업체의 일반구급차는 기본(10km) 요금 2만원에 1km당 800원을, 의료기구 몇 가지를 추가한 특수구급차는 기본요금 1만5,000원에 1km당 600원 이송처치료를 내야 한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라 구급차 운용자는 구급차가 출동하는 때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응급구조사(의사나 간호사가 탑승한 경우는 제외)를 탑승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구급차를 제공한 이 민간업체 관계자는 “도로 상황에 따라 거리는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몇 천원 때문에 일일이 환자와 흥정할 수도 없으니 구간에 따라 보편적으로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이어 “응급구조사가 함께 탑승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 민간 구급차의 횡포, 이대로 계속되나?
민간 구급차의 허술한 관리체계는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기만 하다. 특히, 구급차 내 미터기 장착이 의무화 돼 있지 않아 법적인 요금 책정기준이 있더라도 김 씨의 경우처럼 부당한 요금을 청구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5월 병원과 민간업체가 운영, 관리하는 구급차에 대해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권익위가 권고한 주요내용은 ▲구급차 차령 제한 규정 및 구급장비 내용연한 기준 신설 ▲구급차 소독 관리 규정 및 병원균 관리 기준 마련 ▲병의원 등 의료기관 소유 구급차에 대한 신고제도 신설 ▲치료목적에 따른 상급병원 이송 시 이송처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이송요금 미터기 설치 및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등.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당장 시행할 수는 없지만, 권익위 권고 사항을 반영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혀 금년 상반기에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