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11번가, 분사 미루는 이유는?
연매출 3조원에 달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오픈마켓 11번가(대표 이준성)가 여전히 SK텔레콤의 사업본부로 남아 분사및 상장을 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SK텔레콤 내 커머스플래닛사업본부로 출발한지 3년 만에 3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 경쟁자인 옥션과 G마켓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당연히 별도의 분사나 상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출범 당시 정낙균 11번가 전 대표(현 SKT커머스사업본부장)는 "궁극적으로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분사할 계획이 있다"며 "흑자전환 후 분사와 상장계획이 있다"고 의지를 밝혔었다.
11번가가 이처럼 독립을 미루고 여전히 SK텔레콤의 품안에 머무는 이유은 스마트폰에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SK텔레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애초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갑자기 커질 줄 몰랐다"며 "앞으로 SK텔레콤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장을 늦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달에는 QR코드로 물건을 구매하는 오프라인 무인점포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이 작년 6월 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 후 SK텔레콤 T타워 지하에 약 25평 규모로 들어설 'Q-STORE with 11번가'를 신모델로 내놓았다.
Q-STORE에서 상품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자동으로 11번가 홈페이지로 넘어가게 되고, 이곳에서 고객이 결제를 하면 물건이 원하는 주소로 자동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결제는 금융서비스가 포함된 U-SIM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통해서 가능하다.
11번가는 작년말 옥션과 G마켓이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탈퇴함으로서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코리안클릭이 조사한 (1월 3~9일) 순 방문자 수 집계 결과 11번가는 807만6034명, 도달률 25.04%로 온라인몰 중 1위를 차지했다. G마켓과 옥션은 각각 796만명과 776만명으로 2, 3위를 기록했다. 코리안클릭에 제한되긴 했지만 11번가가 주간기준집계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지만 1월 4주에도 G마켓엔 약간 뒤졌으나 옥션보다 우리가 앞섰다"고 밝혔다.
11번가는 거래규모도 2009년 1조6천400억원에서 작년 3조원대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이베이 소속 G마켓과 옥션의 거래규모는 2009년 G마켓(4조7천억원)과 옥션(3조1천억원)을 합쳐 7조8천억원대였으나 작년에는 두 회사를 합쳐 8조원 전후에 그쳤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11번가는 여세를 몰아 올해를 '흑자원년'으로 삼고 마케팅홍보 비용 등을 줄이더라도 내실다지기에 주력하다는 방침이다.
후발주자로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든 11번가는 초기 마케팅 비용 등 거액의 투자금액을 투자해 분사와 상장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상장을 당분간 미루는 것은 내부적으로 사실이나 흑자 전환 등 상장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거래규모를 3조 6천억원으로 삼고 있으며 내실부터 다진 후 때가 되면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