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법칙에 도전하는 007 영화

2007-03-18     연합뉴스
절벽 위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고공낙하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행 중인 항공기 위에 절묘하게 착륙하는 007 제임스 본드.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메틴 톨란은 이런 007의 묘기는 영화팬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18일 보도했다.

'과학적 현상의 관점에서 보는 007 영화'에 대한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톨란 교수는 007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물리학의 법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 '골든 아이'에서 본드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은 절묘한 타이밍 감각과 놀라운 용기로 오토바이 고공낙하를 감행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저 그럴싸해 보일 뿐이라고 톨란 교수는 말하고 있다.

영화 '죽느냐, 사느냐'에서 본드 역의 로저 무어가 여인의 드레스 지퍼를 내리는 데 사용하는 초강력 자석 시계는 과학적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시계다.

지퍼를 내릴 정도로 강력한 자장을 형성하려면, 최소한 1천만 암페어의 전류가 필요하고, 시계가 수십억도까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뜨거운 시계를 손목에 찬 007은 불길에 휩싸여 있어야 맞는다.

영화 '언리미티드'에서 007 브로스넌은 자신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주는 얇은 강철선을 내장한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이 특수 손목시계를 실제로 사용하려면, 400㎏이 넘는 힘 때문에 007의 팔이 뜯겨 나가야 한다.

최신작 '카지노 로얄'에서 007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는 첨단장비보다는 육체적 힘을 많이 사용하고, 다른 007 배우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첫 장면처럼 4.5m 정도 높이에서 고공점프해서 두 발로 땅을 딛으려면, 크레이그가 심하게 부상을 당해야 마땅하다.

톨란 교수는 "그것은 무릎 위에 시멘트 10포대를 놓은 것 같은 압력을 준다"고 말한다.

본드가 즐겨 마시는 술인 마티니를 휘젓지 않고 흔들어 마시는 이유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톨란 교수는 "마티니를 휘저으면 모든 분자가 똑같이 분산되지만, 마티니를 흔들 경우 맛을 내는 분자들이 표면 위로 이동한다"며 그래서 맛을 즐길 줄 아는 본드는 마티니를 홀짝 홀짝 입에 몇 모금 대고, 끝까지 다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톨란 교수는 21편의 007 영화에서 007이 어떻게 과학 법칙을 위반하는지를 설명한 책을 곧 출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