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초강세 물가상승 부채질
국제 원자재가격이 새해 벽두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물가 상승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같은 물가 상승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져 이집트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구촌에 암운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에서 쌀이나 설탕에서부터 구리.원유 등 주요 상품.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이미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 심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나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여전히 경기부양 지속에 무게를 두고 있어 출구전략은 시동조차 걸지않고 있다.
◆국제상품가격 연일 사상최고가 행진
국제상품시장에서는 주요 곡물이나 원자재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악천후 등으로 공급은 줄어들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각국의 금리도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t당 1만달러선을 넘어섰다가 소폭 하락했으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3월 인도분 구리 선물가격이 장중 한때 파운드당 4.58달러까지 치솟아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는 미국의 쌀 경작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3월 인도분 쌀 선물 가격이 장중 한때 100파운드당 16.285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5일 이후 약 27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집트 사태의 영향을 받은 유가도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물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03.37달러까지 올라 지난 2008년 9월26일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날인 2일엔 3월 인도분 설탕 가격이 파운드당 36.08센트까지 올라 지난 1980년 11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ㆍ사회불안 우려
밀과 옥수수, 쌀, 설탕 등의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지난달 세계 식품가격이 지난 1990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식품가격지수'가 전달보다 3.4% 상승,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21년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식품가격지수는 FAO가 밀, 옥수수, 쌀, 유제품, 설탕, 육류 등 주요 식품의 도매가격 변동을 1990년부터 매달 지수화한 것으로, 세계 식량가격의 추이를 반영해준다.
이처럼 생존과 직결된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빈곤국 저소득층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으며 물가 급등으로 인해 향후 여러 나라에서 이집트 사태와 같은 사회.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FAO의 한 관계자는 식품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식품가격 상승은 저소득 국가나 저소득 가계로부터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도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식품가격 급격 상승이 전세계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루비니 교수는 "튀니지나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파키스탄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불안은 높은 실업률과 소득 균형, 빈부격차 때문만이 아니라 식량과 상품가격의 급격한 상승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