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업체들의 '통큰'수법에 이렇게 당했다"

신문광고,오픈마켓 맹신하면 발등 찍혀..'저가' 낚시질 경보

2011-02-10     김솔미 기자

치솟는 물가 탓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서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돈만 받고 사라지는 일명 ‘먹튀’ 업체의 횡포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신력 있는 주요일간지나 유명포털사이트에 대대적인 광고까지 벌이는 이들의 ‘통 큰’ 수법에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업체들의 경우 사업자 번호를 변경해가며 광고 등록을 하는 실정이라 걸러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결국 비정상적인 수준의 저가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일단 경계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뿔싸, 주요 일간지에 광고한 업체도 ‘먹튀’?

10일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에 사는 강 모(여.24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7일 한 종이신문에 광고된 ‘통가죽 신사화’를 구입했다. 가죽제품이 두 켤레에 3만9천800원밖에 안 된다는 말에 솔깃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저렴한 가격이 찜찜했지만 광고가 실린 신문이 국내의 손꼽히는 주요일간지라 믿고 구매했다.

'저가 제품이니 설사 제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하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주문한 후 보름이 넘도록 배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화가 난 강 씨는 업체로 전화를 걸었지만 판매자는 이미 사라진 상태. 결국 강 씨는 한 달 가까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강 씨의 경우처럼 신문광고를 믿고 구입했다가 피해를 볼 경우 14일 이내에 철회가 가능하지만 업체가 사라진 경우에는 구제가 어렵다. 답답한 마음에 먹튀 업체의 광고를 실어준 신문사를 원망해 보지만 이또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광고를 게재하기 전 판매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사업자등록 등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가 내는 광고의 대부분이 대행사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며 "대행사들이 광고주의 신용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심지어 대행사도 광고료를 떼이는 등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 ‘소비자 경영 대상’받은 업체? “사기수법 악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정 모(남.52세)씨 역시 먹튀에 당해 수십만원을 잃었다.

정 씨는 지난 해 12월 온라인쇼핑몰인 'K-마트'에서 HP컴퓨터를 30만원에 구입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최저가 제품 검색를 통해 K-마트를 처음으로 알게 된 정 씨는 사이트 이름이 낯설어 잠시 구입을 망설이다 K-마트가 언론매체의 ‘소비자 경영 대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보고서야 구매를 결정했다.

배송이 지연되며 업체와의 전화 연결도 되지 않다 급기야 사이트가 폐쇄된 걸 확인하고서야 정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씨는 “인지도 있는 언론매체에서 상까지 수여한 업체라 믿고 거래했다. 하지만 언론매체가 이토록 허술하게 상을 주고, 기사도 내준다니 정말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경북 영주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이번 사기 사건으로 인한 피해건만 300건 이상, 피해 금액도 2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명의를 대여한 간접피의자를 조사하고 있는 중으로 주범은 중국인으로 검거되더라도 형사책임이외의 민사책임까지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오픈마켓을 통해 구입해도 말썽, “대체 누굴 믿나?”

광주 쌍촌동에 사는 김 모(여.45세)씨는 작년 9월 오픈마켓 옥션에서 11만원 상당의 온열매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며칠 뒤 배송된 제품을 살펴보니 온도조절기가 없었다. 김 씨가 구입한 모델은 전원장치와 온도조절기가 하나로 된 일체형구조라 온도조절기 없이는 제품의 사용자체가 불가능했다.

김 씨는 즉시 옥션 측에 항의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 화가 난 그가 재차 해결을 촉구했지만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고조치하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옥션 측은 김 씨의 환불 요청에도 잠적한 판매자 탓만 할뿐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 씨는 “판매자가 잠적했다며 무작정 기다리라는 옥션의 처신에 신물이 난다. 옥션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적극적인 구제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배송누락에 대한 판매자의 사후처리가 지연돼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판매자를 대신해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으며 현재 상품을 반품하기로 협의해 상품반환 및 환불처리를 완료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 속출하는 ‘먹튀몰' 피해, 방법 없나?

이처럼 돈만 받고 사라지는 업체의 사기 행각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승을 부려 소비자의 피해가 극심하다. 무엇보다 어려운 경기에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악용, 신용도 높은 매체를 이용해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 문제.

그렇다면 작정하고 사기를 친 뒤, 잠적해 버리는 업체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는 넋 놓고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가급적 취소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금 결제의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

하지만 카드결제 역시 취소를 할 수 있는 조건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는 재화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 7일 안에만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더구나 20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는 제외된다. 결국 20만원 이하의 제품을 카드결제하거나 배송지연으로 7일을 넘기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야야 하는 상황인 것.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한 달 뒤에야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만, 카드사는 통상 2~3일 안에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다”며 “카드사가 가맹점에 이미 대금을 지급한 뒤에 소비자가 결제취소를 요청할 경우,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