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야구단 창단…유저들 뿔났다
프로야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즐거운 외도에 나선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고 있다.
통상 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 경쟁업체의 견제와 투자자들의 호응이 따르는데 엔씨소프트의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경쟁 게임업계는 게임의 이미지 쇄신이 기대된다며 대환영하는 반면 게임 이용자들은 고객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부정적 이미지’타파…게임업계의 환호
엔씨소프트의 야구단 창단을 가장 기뻐한 건 의외로 게임업계였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게임 중독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로 만연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게임산업은 9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이자 수출역군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게임중독, 사행성 등의 문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산업적, 문화적 가치를 외면 받아왔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엔씨소프트 프로야구단 창단을 통해 메이저 게임업계의 오프라인 마케팅이나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야구단 창단을 계기로 게임업계 이미지 제고는 물론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온.오프라인에서 게임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구단 운영의 묘를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고객 착취해 야구단 운영비 충당하려고?”
게임업계의 뜨거운 호응과 달리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각종게임 커뮤니티에는 엔씨소프트 프로야구 창단과 관련, 유저들의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임중독, 사행성, 부당한 운영정책 등 게임업계 전반에 만연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야구라는 스포츠를 등에 업고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또한 야구단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이벤트와 계정비 등을 통해 유저에게 전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8년부터 태안반도 봉사활동과 최근 캄보디아 아동돕기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대외적인 활동에 비해 내부적 개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유저들의 지적이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제9구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다음날, 엔씨소프트의 대표게임인 아이온 게시판에는 유저들의 불만과 항의가 가득했다.
‘루루팡루루피’ 아이디의 유저는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내용의 글을 통해 몇 년 전부터 게임내 일부 유저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선량한유저들이 피해입고 있는데 이를 보완·개선하기는커녕 야구단 창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에 공감을 표하는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불투명한 운영정책과 부실한 관리 등으로 유저들과 잦은 마찰을 겪어왔다. 일부 유저들과는 법정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4일 ‘나치면재입대’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삼성과 엘지는 가전제품, 롯데는 과자, 기아는 자동차를 만들지만 엔씨소프트는 폐인을 만든다. 부도덕한 기업윤리로 야구단을 만드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미래의별’도 “야구단 신설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야구 광팬이지만 엔씨가 야구단 설립하고 적자 나봐야 정신 차리죠. 그 적자를 면하기 위해 계정비를 올린다거나 쓸데없이 유저들한테 돈 쓰게 한다면 전 그만하면 되니까요”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암룡’이란 아이디의 유저 역시 “100%예감적중인데 야구단 만약 창설 하게되면 엔씨에 있는 게임들을 이용해서 또 이벤트들이 하나씩 생길 것이다. 이중으로 해먹는 엔씨 뭐 그렇죠”라며 야구단 운영비용을 유저에게 일정부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반면 일부 유저들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아이디 ‘한나야’는 “엔씨가 야구단을 창설하므로써 야구 꿈나무 애들이 좀 더 넓은 선택의 폭이 생겼다는 점과 야구단을 만들면 수익보단 사회에 기부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택진 대표의 야구사랑
김택진 대표의 야구단 창설은 오랜 숙원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8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고 히어로즈가 창단되는 과정에서 구단인수를 타진했지만 고배를 마셨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제9구단 창설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연간 200억~3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연매출 4천원억 규모의 엔씨소프트가 이를 감내할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롯데 장병수 사장은 “30대 대기업에 들지 않으면 창단할 자격이 없다”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기업의 위상까지 들먹이는 롯데와의 전면승부를 피하고 여론을 앞세워 창원시, KBO 측과 긴밀하게 협상해 결국 우선협상자 자격을 따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를 직접 관전할 정도의 열혈 야구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