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소비자 소송 패소에도 여전히 '뻣뻣'

수리비 배상 임의조정 법원 판결에도 회사 측 "합의일 뿐"입장불변

2011-02-14     김현준 기자

애플의 아이폰 AS정책에 반발해 제기된 국내 첫 소송에서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동안 말 많았던 '애플AS'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단독 정진원 판사는 최근 이 모(여.14세)씨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리비 29만400원을 손해 배상하라고 '임의조정' 종결했다.

'임의조정'은 민사상 분쟁해결절차 가운데 하나로 당사자가 모두 그 조정내용에 동의할 때 성립한다. 재판상 화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조정조서가 작성돼 송달됨으로써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돼 불복할 수 없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19일 "물에 빠뜨린 적이 없는 아이폰을 두고 '침수(浸水)라벨 변색'을 이유로 무상수리를 거부한 애플사를 상대로 4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승소했다.

그동안 애플사의 'AS 대신 리퍼폰 교환'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줄을 이었던 터라 이번 소송 결과에 더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사한 고발이 쇄도했다.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김 모(남.33세)씨 역시 아이폰을 산 지 7개월 정도 지나 통화 끊김 현상으로 애플 공식수리업체인 대우일렉서비스를 방문했으나 침수라벨 변색으로 '무상 리퍼 교환 불가'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내 휴대폰은 침수된 적이 없으며 침수되었다면 다른 부품들에도 침수로 인한 부식 또는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덮개를 열었을 때 AS 기사와 확인해 보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침수라벨 변색으로 AS를 못 받는다고 한다면 변색된 이유라도 찾고 싶다. 무조건 침수라벨이 변색이 소비자 탓이라며 29만원을 내라니 너무 불합리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와 유사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이번 조정 결과를 두고 자신들 역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임의조정 결과가 애플사의 AS 정책 전반을 개선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첫째, '임의조정'으로 마무리된 이번 소송건이 유사사례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관계자는 "'임의조정'은 해당 사건에만 효력을 발휘할 뿐 이와 비슷한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달라지면 얼마든지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애플코리아는 여전히 AS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난해 10월,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직접 아이폰을 들고 습식 사우나에 있어봤으나 라벨색은 변하지 않았다"며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서 침수라벨이 변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히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이번 임의조정 결과 후에도 애플코리아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판결문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서로 간에 합의한 것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이폰 AS기사는 "침수 및 파손으로 AS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가 전체의 30%가량이 넘는다. 그 중 '침수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도 일주일에 한두 명씩은 꼭 있지만 우리로서 그 진실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침수라벨'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