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품질경영 강화 나선 까닭
재계 빅5 진입 가시권…패밀리社 품질 적극 관리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최근 '품질경영'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정 회장은 최근 계열사를 대상으로 '포스코 패밀리 품질경영전략 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차별화된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8일열사별 중장기 품질경영전략 수립 결과를 보고받고 나서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 패밀리사별로 벤치마킹한 아이디어를 부가해 보완해 나가면, 포스코 패밀리가 차별화된 품질경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회사별로 객관적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고객만족도 지수를 관리해야 한다"며 "조사를 위한 적합한 방법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품질·가격 두마리 토끼 잡아야 경쟁력 확보"
사실 정 회장의 '품질경영' 강조는 지난해 초부터 줄곧 지속돼왔다.
지난 1월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업계는 해외 자원개발에 노력하고 제품 및 공정기술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원가와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임원회의에서도 "예전에는 품질이 좋거나 가격이 낮으면 경쟁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낮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당시 원자재 가격 급등을 언급하며 "세계 원료시장의 수급 여건에 대비해 원료 조건이 좋지 않아도 조업실적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함께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운영회의에선 "설비 고장률 제로화를 통해 품질경영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직원들을 지식근로자로 전환, 설비 고장률 제로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해 2월 도요타 사태직후 열린 사(社)운영회의에서 "클레임 제로화란 우리가 100%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객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특히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찾아 제거하는 관리를 해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리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관리를 해야 한다"며 엄격한 공정 관리를 주문했다.
또 "클레임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전화로 사정하거나 항의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관리자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월에도 "고객이 클레임을 걸면 일단 수긍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고객은 항상 옳다. 고객이 잘못해도 항상 옳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신뢰의 문제"라며 "이를 통해 고객만족과 고객창출을 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도요타 사태 이후 포스코도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듭 강조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고객 우선의 품질 경영은 정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관리해온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패밀리 확대되면서 품질경영 확산 절실 인식
정 회장이 품질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고 있는 이유는 올들어 철강원료 시장이 셀러마켓으로 전환됨에 따라 원가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설비증설로 인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품질 경영 기반 구축이 필요한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도요타가 품질관리 실패로 한순간에 침몰하는 것을 지켜본 정 회장이 품질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포스코 계열사가 수십개에 이르고있는 상황에서 대우인터내셔날을 M&A한데 이어 최근에는 대한통운 인수에 나서기로 했으며 이미 주력사업도 철강에서 에너지·건설·정보기술(IT) 등으로 크게 넓어진 상태여서 품질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의 M&A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현금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긍정적이지 못했으며 증시도 이를 반영, 한때 76만원선까지 갔던 주가가 최근엔 40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총차입금은 7조8837억원,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4조4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1조7700억원, 5조13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대금을 전액 보유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재무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포스코의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계획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세간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위해서도 품질경영에 더욱 주력할수 밖에 없다. 현찰이 나오는 곳은 제품이고 제품의 판매는 품질에 달렸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재벌같은 선단식 경영 대신 패밀리들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다보니 일부 기강 해이에 따른 품질저하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업에 나설수 밖에 없다는게 안팎의 관측이다.
최근들어 급속하게 커지면서 재계 빅5진입을 가시권에 두고있는 포스코패밀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품질경영과 가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 회장의 포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