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비자금수사 대처못한 사장들 교체?

2011-02-14     임민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증권과 대한생명 등 주요계열사 사장단을 대거 교체한 가운데 특히 대외협력을 담당해 온 한컴의 정수봉 사장과 비자금 수사의 발원지 였던 한화증권의 이용호 사장을 전격 경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지난 5개월간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고강도 검찰조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김 회장이 비자금 수사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사장들을 문책하고 나아가 대규모 인적쇄신을 통해 조직정비와 기강확립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 '비자금 의혹 사건'이 한화증권 내부직원의 제보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최근 그룹 내 정기인사를 앞두고 정보유출의 빌미를 제공한 한화증권과 대외 협력업무를 담당하는 한컴, 그리고 그룹내 검찰업무관련 고문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예견돼 왔다.

결국 최근 김 회장과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자 김 회장이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관련 인사교체'라는 칼을 빼든 것으로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증권과 보험 등 주요계열사 사장 등 1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김 회장은 금융부분에서 자산운용사를 제외한 증권과 보험계열 사장단 전원을 교체했다.

한화증권 대표이사에 임일수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선임됐고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이사에는 이명섭 한화증권 영업총괄 전무, 대한생명 대표이사(각자대표)에 차남규 대한생명 보험영업총괄,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에 박석희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와 함께 한화L&C 대표이사에 김창범 공동대표, 한컴 대표이사(경영기획실 홍보팀장 및 브랜드 관리 총괄 겸직)에 장일형 경영기획실 홍보팀장, 미주법인장에 이상묵 석유화학원료팀장,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에 박재홍(53) 일본법인장을 각각 선임했다.

금번 교체된 이용호 전 한화증권 사장은 이번 '비자금 의혹 사건'의 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경기고 68회로 김승연 회장(66회)의 고교 2년 후배이자 핵심참모로 활약해 왔으나 비자금 사건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한화증권발 인사태풍'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외창구 역할을 해왔던 정수봉 한컴 전 사장 역시 경기고 66회로 김 회장과 동기 사이였으나 검찰수사에서 김 회장이 3번의 고강도 소환조사를 받는 등 수위조절에 실패,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교체된게 아니냐는 후문이다.

특히 거대그룹 회장이 지청급에 3번씩이나 소환되는데도 대외창구역할을 하는 참모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오던 차에 이번 인사가 단행된 것.

반면, 이번에 새로 선임된 임일수 한화증권 사장은 한국투자신탁 증권과 삼성증권을 거친 영업맨 출신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법인영업, 리테일 업무 등에서 상당히 실력을 인정받는 인사로 알려졌다.

임 사장은 대전상고와 연세대(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82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후 비서실장과 투신사업부장ㆍ영업전략실장, 법인본부장을 거쳐 한화증권(주) 마케팅ㆍ상품개발팀 상무, 한화증권 WM총괄 전무, 푸르덴셜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경영기획실 홍보팀장과 그룹 브랜드관리 총괄을 겸직하게 된 장일형 한컴 대표이사는 홍보전문가로 꼽힌다. 장 대표이사는 경남고와 서울대(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기획팀 상무이사, 홍보팀장을 거쳐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부사장), 경영기획실 전략홍보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