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영남 독식, 20년간 호남 배제

TK출신 압도로 전국은행 취지 무색, 기업은행=영남은행?

2011-02-15     임민희 기자
"기업은행=영남은행?"

은행권의 수장자리가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로 대거 채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경우 1961년 설립 후 50년 동안 역대 은행장 대다수가 경북지역 출신이었다. 더구나 지난 20여년간 호남권 출신의 행장은 단 한명도 없었다.

역대 기업은행장에 TK(대구․경북) 출신 등 영남권 인사가 거의 독식해왔다는 점에서 호남권과 강원도, 충청도 인사가 고의적으로 배제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창립 50년 만에 첫 내부행원 출신 행장인 조준희 행장(23대)은 경북 상주 출신이며 역시 19대 기업은행장을 지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경북 예천 출신이다.

또 18대 기업은행장을 지낸 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겸 사외이사인 이경재씨는 경북 영주, 이우영 전 행장(16대)은 경북 상주, 안승철 전 행장(14대)은 경남 함안, 유돈우 전 행장(13대)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87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6명의 영남권 인사가 기업은행 수장자리에 올랐다.

반면, 윤용로 전 행장(22대)이 충남 예산, 고 강권석 전 행장(20, 21대)과 이용성 전 행장(15대)은 서울, 김승경 전 행장(17대)은 강원 강릉 출신으로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으며 호남출신은 한명도 배출되지 못했다.

50년을 통틀어 호남권 인사가 기업은행장에 오른 것은 이광수 전 행장(12대, 전북 전주)과 박동희 전 행장(9대, 전남 해남), 정우창 전 행장(4~5대, 전북 전주)등 3명에 불과했다. 충북 출신도 김선길 전 행장(11대)이 유일했다.

역대 기업은행장에 영남권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는 그간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수십년간 집권하면서 금융권의 중요 요직이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졌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역대 기업은행장들이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정책기관 출신들이 많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김종창 전 행장은 재무부와 재정경제원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을 지냈고 이경재 전 행장의 경우 옛 은행감독원 부원장보를, 이우영 전 행장 역시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경영능력과 전문성이 우수해도 TK출신 등 영남권 인사가 아니면 기업은행장에 오르기 어렵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장 인사가 지연․학연 등 지엽적이 요인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리더십과 전문성에 입각한 공정하고 평등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만약 향후에도 영남권 인사가 기업은행 수장자리를 독식하게 될 경우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준희 행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TK출신인 그가 경영을 하면서 좋지 못한 실적을 낼 경우 그를 임명해준 현 TK정부에도 많은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기업은행장 인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호남 등 타지역 주민들이 기업은행에 애착을 갖고 거래에 나설 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