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음료 먹고 집단 발병, 독극물?
병에서 구멍 발견..경찰.국과수에 독극물 검출 의뢰하고 수사중
포장재에 구멍이 뚫린 유아용 음료를 마신 주부들이 구토, 복통 등의 증세를 보여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유통과정 중 용기 파손'인지 '고의적인 독극물 투입'인지를 두고 경찰이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17일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이 모(여.38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1일 친구 김 모(여.38세)씨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모처럼 나들이를 나섰다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경기도 부천역 지하상가의 한 마트에서 H사의 유아 음료 2병을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씨는 음료 하나를 꺼내 네 살박이 아이에게 먹였다. 평소처럼 아이에게 먹이기 전 한모금을 마셔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익히 알고 있던 맛과 달랐던 것.
"뭔가 맛이 이상하다"는 김 씨의 말에 그제야 김 씨가 마시전 음료를 맛 본 이 씨는 “맛이 이상해서 얼른 아이들에게서 음료를 거둬 봉투에 담았는데, 그 순간 목이 타는 느낌과 함께 구역질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찬찬히 음료수병을 살펴 병 입구 아래로 직경 2mm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랄 틈도 없이 김 씨의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악화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치료를 받았다. 다행이 아이가 마신 음료는 이상이 없었는지 별다른 이상 증세가 없었지만 이 씨 역시 김 씨보다 증세는 약했지만 일주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다.
이 씨는 병원 측의 귄유에 따라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음료수의 구입 경위와 증세를 조사하고, 문제의 플라스틱병과 해당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같은 음료수를 모두 수거했다.
부천 소사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가 들렸던 마트에는 구멍이 뚫린 음료수 1병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조사결과 청산가리 등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아 2차 검사가 실시되는 중이다.
이 씨는 “하마터면 말 못하는 아이들이 음료수를 마시고 큰 일이 날 뻔 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현재 국과수에서 음료수를 조사하고 있다지만, 검사 결과도 이달 말에야 완료된다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 씨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린이(유아용)음료의 제조 및 유통과정이 믿을 수 있는지 걱정된다”며 “다른 소비자들 역시 식품 포장지에 구멍이 뚫리거나 변질되지 않았는지 꼼꼼이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먹이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제품에 구멍이 뚫린 것은 유통과정 중 파손되거나 누군가 고의적으로 한 것일 수 있다”며 “아직까지 해당 마트 외에는 구멍이 뚫린 음료수가 발견되지 않아 경찰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