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건설업계에 불똥, 동반구조조정 시급
최근 중소 및 중견 건설업체들이 자생력을 잃고 다시 휘청이고 있다.
이달 들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중이던 월드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효성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진흥기업마저 워크아웃 위기에 내몰리면서 건설업계에 또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이 커지면서 최근 관련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다른 금융기관들도 PF부실을 과감히 정리하는 분위기여서 이에 연루된 건설사의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재계사이에서는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이어 건설업계까지 다시 구조조정에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올 들어 117개 종합건설사 문 닫아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의 퇴출공포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등으로 수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올 들어 자진폐업한 전국의 종합건설업체는 62개에 이르며, 자본금과 보유인력 등 등록기준 미달로 면허가 말소된 건설사도 55개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준,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진폐업한 업체는 204개사, 말소된 업체는 550개사로 확인됐다.
자진폐업 혹은 면허말소된 건설사들 가운데 몇몇 업체는 이후 사업권을 재획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문을 닫은 업체가 117개에 달한다는 점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 업체 외에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건설사들 중에서도 부실징후가 감지되면서 건설업계는 여전히 혹독한 한겨울에 머물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지난해 금융권의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서 정상등급인 B등급을 받았던 업체조차 현재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 상태로 전락하고 있을 정도다.
◆ 중소, 중견건설사, 대형사업도 해외 수주도 못해 경영난 가중?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중소 건설사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만기도래하는 PF자금이 수천억원에 달해 이를 감당치 못하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PF부실에 연루된 상호저축은행들을 연이어 영업정지시키면서 그 여파가 중견건설업체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에는 사업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해외시장 개척 등 비교적 뻗어나갈 시장의 문이 열려있지만, 중소 중견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개척은 커녕 대형업체의 하청물량을 수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다 함께 PF사업에 뛰어들었던 금융기관들이 속속 문을 닫거나 사업을 포기하면서 해당 건설사의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더 이상의 신규수주가 어렵다는 점도 기업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는데 크게 작용한다. 특히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 중견업체인 경우에는 집을 다 지어놓고도 미분양주택에 자금이 묶여 더욱 심한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수요자들이 집값하락과 사후관리를 우려해 분양기피 현상을 보이기 때문.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강사업 이후 공공발주 물량이 현저히 떨어진데다가 정부의 예산집행이 특정시기에 집중되는 점도 건설사들의 재정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특히 최근 한솔건설, 진흥기업처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한 건설사마저 유동성위기에 휘말리면서 앞으로 채권단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멈추면 쓰러진다'는 뜻에서 일명 '자전거 산업'으로 불린다.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수주활동이 멈추면, 그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건 시간문제인 것.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관행이 타파되고, 중소규모 민간사업에 대한 중소건설사의 우선적 참여가 보장돼야 건설업체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동성위기가 심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건설업 경쟁력을 회복시켜냐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키워가고 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