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냄새 ‘폴폴~’ 풍겨오는 동화 속 마을, 청주 수암골

2011-02-28     김솔미 기자

매서웠던 동장군이 슬그머니 물러나는 걸 보니 봄이 오고 있긴 한가보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도 펼 겸 조촐한 봄맞이 나들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다면 어디가 좋을까?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제빵왕 김탁구>의 배경, 청주 수암골로 가보자.

한국관광공사는 ‘2011년 3월의 가볼만한 곳’ 추천소재로 청주 수암골, 목포 온금동, 울산 정자항 등 4곳을 선정했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탁구네 ‘팔봉제빵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청주 수암골이다.

청주시 동쪽, 우암산 자락에 있는 수암골. 평화롭다 못해 몽환적인 느낌까지 드는 이곳은 사실 6.25전쟁 직후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의 정착지였다. 2007년부터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이 펼쳐져 담벼락마다 정감어린 그림들이 그려지면서 동화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수암골을 찾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곳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인 ‘팔봉제빵점’이다. 비록 주인공 김탁구도 없고, 드라마도 종영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들어내는 넉넉한 여유만큼은 남아 있을 것 같은 장소. 이곳에서 탁구가 만들어 준 보리빵 하나 사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물론 탁구가 만든 것은 아니고 시내의 제과점에서 공급하는 것이라고.

뱃속을 든든히 채운 다음에는 온갖 그림들로 가득 찬 담벼락을 구경하며 걸어보자. 수암골의 골목은 밭 ‘전(田)’자로 이어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니 안심해도 좋다.

달동네 풍경,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골목을 돌 때마다 제각각의 개성이 담긴 벽화들이 묻혀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끄집어낸다. 저 쪽 길로 돌아가면 코흘리개 말순이가 ‘짜잔~’하고 놀라키는 건 아닐까. 골목길에 주저앉아 공기놀이를 해본 기억, 동무와 말다툼하다가도 깔깔거리며 웃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질 것 같다.

마치 꿈 속 세상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수암골은 이제 젊은 연인들이, 부모 손 꼭 잡은 아이들로 북적거려 과거의 시린 기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느닷없이 몰려든 관광객들로 마을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모처럼 떠난 여행지에서의 흥을 한껏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현지 주민과 환경을 배려하는 에티켓은 기본이다!).

어느새 찾아온 봄기운에 온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지금 당장 탁구네 ‘팔봉제빵점’에서 산 단팥빵 하나 들고 수암골 한 바퀴 돌아보는 건 어떨지. 흐~음! 벌써부터 구수한 빵 냄새가 입안을 자극한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