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발급 받으려면 '신상' 까발려야
제3자 제공 범위 기준 없어...공정위 대책 마련 검토 중
금융거래 과정에서 소중한 개인정보가 나도 모르게 퍼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누구라도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당장 중단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인정보 유출이 신용카드 발급때에도 종종 발생, 이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산남동에 사는 이 모(남.41세)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H카드 발급을 신청하면서 약관을 살펴보는데 “개인정보의 마케팅 활용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
이 씨는 “전에 카드를 신청할 때는 별 문제 있겠나 싶어 무조건 동의한다고만 했는데 막상보니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며 카드발급을 거부했다.
이 씨는 이어 “예전에 K카드를 신청한 뒤 연락 한 번 해본적 없는 K생명에서 전화가 오더라"면서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이번엔 약관에 동의하지 않았다. 개인정보가 그렇게 멋대로 3자에게 제공돼도 괜찮은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제는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약관을 제시한다는 것.
신한카드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카드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카드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마케팅 활용은 카드사용에 따른 혜택을 위해 제휴사들과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카드 관계자도 “특정제휴카드를 발급하는 경우 다른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등을 보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수집의 범위나 제3자 제공의 범위가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명시돼 있지 않다”며 “각 사업자와 소비자의 동의에 의해 정보제공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인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대책마련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의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좀더 필요하다는 것.
이런 가운데 지난해 경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계정 등 개인정보 약 840만 건을 건당 100원에 판매한 혐의로 F씨를 불구속 기소했을 정도로 개인정보 임의 유출문제는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