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혈세낭비' 악순환, PF규제 시급
2011-02-28 임민희 기자
특히,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예금자들이 고금리를 보고 5천만원 내외의 큰 금액을 예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혜택이 온전히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 기관의 역할보다는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한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에 허용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규제하는 대신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수익이 날 수 있는 모델 창출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의 '덫' 국민 부담만 가중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고금리 예금판매와 무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대규모 부실을 초래해 왔지만 지금껏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오로지 수조원의 국민 혈세로 대규모 부실을 메워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08년과 2009년에 53개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 1조7천억원 어치를 매입했고 지난해 6월에도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저축은행 부실채권 2조5천억원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올해에도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등 8개의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확정돼 대형금융권으로의 인수·합병(M&A)과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정리 및 매입 작업이 진행되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투자손실의 책임을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의 부실 악순환의 고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분히 공적자금만 투입할 경우 혈세 낭비는 물론 불법행위를 자행했던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모럴해저드는 과거 신용협동조합의 부실사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많은 신협이 연쇄 도산하는 사태를 맞았고 이를 살리기 위해 한 곳 당 100억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사신협과 같은 부유계층이 속해있는 신협기관까지 국민적 혈세를 들여 회생시켜 세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했던 신협들이 여러 곳이 문을 닫았는데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많은 자금지원을 받았다"며 "10여년 전에는 금융산업 전반이 방만하게 운영됐으나 신협도 IMF 외환위기 이후로 점차 체계적으로 정비돼 현재는 3~4년에 한번씩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받는 등 건전성 측면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로 전 금융권이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 저축은행은 구조조정의 불안감을 느끼는 고객의 이탈(뱅크런, 대규모 예금인출)을 방지하고 유동성 확보를 명목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무리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추가부실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PF대출 등 규제 강화, 사업구조 개편 위한 정책지원 필요"
정부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현재 예보기금 공동계정으로 10조원을 조성하고 3조원 가량은 캠코와 정책금융공사 및 저축은행중앙회가, 나머지는 시중은행 등이 부담토록 해 총 20조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공동계정' 보다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리스크를 대비해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강화와 관련 법규 신설 등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저축은행이 본업인 서민금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적 개편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규의 제정과 정책적 지원이 함께 결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부실만 걷어낼 경우 저축은행의 수익구조가 사라져 또다른 '편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재무적 구조조정에 그쳐서는 안 되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그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부실이 드러난 11개 저축은행을 처리하는 데는 20조원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향후 추가적인 뱅크런 등으로 인해 남은 94개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축은행에 대한 PF대출 30% 허용 등과 같이 풀어줬던 상당수 규제들을 원상복귀 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더불어 저축은행 대주주의 경영책임과 감독당국의 감독실패 책임도 반드시 함께 물어야 저축은행 부실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