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 앓던 훈련병 끝내 숨진 채 발견…유가족들 "내 아들 돌려주세요"
중이염을 앓던 한 훈련병이 고통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를 주고 양호실에만 있으라고 해요, 외부 병원으로 잘 안보내주는데 약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훈련병 정모(21)씨는 유족들에게 중이염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 따르면 정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워낙 고통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을 해달라"는 메모를 작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 10일 "설 연휴기간 급성 중이염에 걸렸다. 엄마한테 걱정 안 끼치려 일부러 말 하지 않으려 했는데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말하게 됐다. 오른쪽 귀가 먹먹하고 물이 들어간 것처럼 들린다. 오래 달리기도 100중에 3등 했고, 힘도 좋아서 훈련도 정말 잘 받을 수 있는데 중이염에 걸려서 너무 속상하고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생활은 괜찮은데 이러다가 귀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중에 아예 안 들리면 어떡할지 이런 생각도 들고 컨디션도 귀 때문에 더 나쁜 것 같아 미치겠다. 훈련을 잘 받을 수 있는데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 혹시나 부당한 취급이나 일이 있으면 진짜 마음 독하게 먹고 미친 짓을 해서라도 뚫고 나가겠다. 조금만 더 커서 사회를 좀 더 알고 군대 올 걸 너무 많이 후회된다"는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정 씨가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판단,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권리조차 박탈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군 당국은 정 씨의 요청으로 외래진료 후 약 처방까지 했다면서도,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