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 상품 철퇴, 펀드 다시 각광

2011-03-02     임민희 기자

'랩 상품 가고  펀드시대 다시 돌아오나?'

최근 증권시장에서 증권사 랩 상품이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증시 불안으로 랩상품의 수익률이 예전만 못한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랩상품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랩상품을 내세워 고객들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왔던 삼성증권(사장 박준현)과 미래에셋증권(회장 박현주) 등 주요 증권사들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비아 등 중동사태 불안과 외국인 매도세 증가로 국내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문형 랩 상품 열기가 점차 사그러드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문제가 있는 랩상품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등 각종 마케팅을 통해 자문형 랩상품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리던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면 랩 상품보다는 주식형 펀드 가입이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 펀드상품과 유사한 '적립식 랩' 상품을 서둘러 출시했다.

하지만 랩 시장 과열을 상시 감시해온 금융당국이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목표달성형 랩상품(스팟랩) 판매를 중단시킨데 이어 이번에는 적립식 랩 판매를 잠정 유보시키면서 증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자문형 랩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어 이 상품에 대한 규제도 조만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증권회사 랩 상품에 대한 규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가가 하락할 때 취약한 상품중 하나가 바로 랩 상품이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은 소액자산으로 40개 이상의 종목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10개 종목만을 편입, 전문 자문사의 상담을 통해 1대1일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한다.

그런 점에서 '적립식 랩'은 일종의 펀드 변형상품으로 금융감독원은 이를 허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각 증권사에 구두로 판매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실제로 현대증권(사장 최경수)은 지난달 28일 'QnA 투자자문랩-적립식' 상품을 출시했다가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당일 판매를 즉각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사장 유상호)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18일부터 판매 중인 적립식 ‘빌드업 랩’에 대한 판매를 2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1월 28일 적립식 랩 상품인 '세이브업 포트폴리오'를 출시했다가 랩어카운트 상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21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증권사는 추후 '적립식 랩'에 대한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판매를 보류할 방침이지만 사실상 '판매중단'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랩의 상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이번 금감원의 판매 보류 결정과는 무관하다"며 "금감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현재로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하락에 따른 자문형 랩 수익률 하락 여부에 대해 "랩은 소수 종목을 편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도 오히려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며 "아직까지 큰 타격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수종목을 편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주가하락 영향을 덜 받는다는 삼성증권관계자의 주장은 지극히 위험한 발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소수종목을 편입 운용할 수록 변동성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서비스국 김영석 국장은 "지난 1월 일임자산 운용과 관련된 규정을 공표했는데 '적립식 펀드' 상품은 이러한 운용방식과 다른 측면이 있어 현재 각 증권사에 판매 보류를 요청했다"며 "판매 중단 등에 대한 최종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자문형 랩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랩 판매에 감시 감독기능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어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자문형 랩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증권과 기존 3%의 자문형 랩 수수료를 1.9%로 인하했던 미래에셋증권 등 그간 랩 상품 취급을 많이 했던증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증권업계 수익률 현황을 보면 주요 자문형 랩 상품 대부분이 최근 1개월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등 자문형 랩 상품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황세를 보였던 코스피 지수 역시 최근 유가급등과 조정장의 영향 등으로 1900선대로 떨어지며 며칠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19일 2115.6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한달새 큰 폭으로 급락, 2월 28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4.13% 내린 1939.30을 보였다.

주가불안 요인이 늘면서 투자자들이 펀드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투자성향도 달라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 지수 하락 등으로 랩 상품의 신규가입은 둔화된 반면, 펀드 상품으로 속속 돈이 몰리고 있다"며 "랩에 올인하는 시대는 끝났고 곧 펀드시대가 다시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