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CEO 맞은 모토로라, DNA가 바뀌고 있다

2011-03-09     김현준 기자

지난해 10월 모토로라 대표이사에 오른 정철종 사장이 '신속함'과 '관행 타파'를 전면에 내세우며 '모토로라 코리아'를 변혁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웅진을 거친 토종 CEO로서 외국계 회사에 한국적 DNA를 접목시키며 변혁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

먼저 정 사장은 모토로라 제품들의 한국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 IT에 관한 한 그 어느 나라보다 얼리어답터가 많은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보다 출시가 늦을 경우 받는 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모토로라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 취임 이후 출시된 첫 스마트폰 '디파이'를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 출시했다. 미국보다 보통 6개월 이상 늦게 출시했던 과거에 비한다면 놀라운 속도다.

"'디파이'처럼 '아트릭스'도 한국에서 맨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했던 자신의 말처럼 전략폰인 '아트릭스' 출시 역시 미국과 거의 차이 나지 않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어 정 사장은 모토로라의 유통 관행을 타파했다. SK텔레콤에만 집중됐던 유통경로를 다각화했다. 전략폰인 아트릭스를 SK텔레콤뿐 아니라 KT에도 공급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모토로라의 전략폰으로 세계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드로이드'나 '디파이' 등이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것이 SK텔레콤에 고착된 유통구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정 사장이 이처럼 결사의 각오로 뛰고 있는 것은 올 초 미국 본사 모토로라가 '모토로라 솔루션'과 '모토로라 모빌리티'로 분리되면서 한국의 '모토로라 코리아'역시 나누어 졌기 때문이다. 이중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맡은 정사장은 앞으로 한국사업의 시금석이 될 분사 원년을 책임져야 하는 막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상경영을 위해 본사에서 급파됐던 릭 윌러카척 사장 이후 새 한국인 CEO로서 차별화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모토로라 본사가 최근 상승세를 맞고 있는 것도 정 사장에게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스마트폰 경쟁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그동안 별로 빛을 보지 못해왔던 터라 상승하는 본사의 기운을 어떻게 잘 받아 안을 지가 관건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 휴대폰을 개발한 모토로라는 지난 2004년 '레이저폰'이 3천만대 이상 팔려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노키아, 삼성,애플 등 경쟁업체들에 밀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43억 달러의 적자를 내며 가라앉았다. 급기야 2008년부터 계속된 투자자들의 압력에 밀려 올해 초에는 휴대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기존 산업장비 부문인 '모토로라 솔루션'으로 기업분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기업분리 후 모토로라의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모토로라는 기업분리 후 첫 실적발표에서 순익 소식을 전했다. 1월 26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34억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순익은 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2억4백만달러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을 실현했다. 4분기 동안 '드로이드 프로', '디파이', '브라보' 등 7개의 신규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며 전체 단말기 판매량의 40%를 스마트폰으로 채워 상승세를 이끈 것이다.

2011년 새롭게 출시될 전략모델들 또한 모토로라의 날개가 될 전망이다.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참가한 CES2011에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ATRIX)'와 태블릿PC '줌(XOOM)'은 각각 올해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되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모토로라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모토로라의 올해 실적인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철종 사장은 2001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시스템 LSI 마케팅 그룹장을 지내고 이어 2006년 망고-리서치 부사장, 2008년 웅진에스티 대표이사를 거쳐 2010년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