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사태풍 '임박'…MK의 선택은?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의 현대건설 인수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현대건설의 새 경영진이 어떤 모양새로 짜여질 것인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자동차-철강-건설을 잇는 현대차그룹 3대 핵심축의 완성점이라는 점에서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의 주요 경영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시선이 쏠리고 것.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연말과 올 초 두 차례의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사장급 이상의 인사는 보류해 왔던 터라 이달로 잠정예정돼 있는 고위급 임원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주요 임원이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기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새수장 인선작업과 함께 인수전 당시 현대차그룹이 아닌 현대그룹 측 손을 들어줬던 일부 현대건설 관계자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이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현대건설 경영진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핵심 임원진은 현대건설 출신이 계속해서 맡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을 때도 대우건설 경영진 변동이 거의 없었다"고 전제, "이는 대우건설 경영진의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며 이번 현대건설의 경우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그룹 부회장단 중심 하마평 '무성'
3일 재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 현대건설의 그룹 내 위상(매출액 기준)은 현대자동차(36조7천694억원)와 기아자동차(23조2천614억원), 현대모비스(13조6천957억원), 현대제철(10조1천982억원)에 이은 5위에 해당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우리 건설업계 사상최대 매출액인 10조46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이들 주요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보면 그룹 내 1위 기업인 현대차 대표이사로는 정몽구 회장이 있고, 3위와 4위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모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의 새수장 역시 부회장급인사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기아차는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기획 및 영업담당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 기획담당 부회장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 ▲신종운 품질총괄 부회장 ▲윤여철 노무담당 부회장 ▲이정대 재경담당 부회장 ▲이현순 연구개발총괄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 ▲최한영 상용담당 부회장 등 12명이다.
이들 모두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주요 계열사 요직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현 김중겸 사장이 유임되든 새로운 사람이 수장자리에 오르든 현대건설 최고경영자자리 역시 부회장급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이번 인수전을 진두지휘해 온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을 비롯한 현대 엠코 임직원들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특히 조 사장의 경우 현대차 재경본부 경영관리실장을 지낸 재무통으로 이번 인수전을 통해 정 회장에게 경영 및 기획능력을 재차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그가 어떤 중책을 맡게 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출신이 현대 엠코출신에 비해 업무수행경험이나 캐리어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향후 요직 기용 과정에서 현대건설 출신을 더 비중있게 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의 경우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기존 금호건설출신을 대우건설 요직에 앉히기 보다는 오히려 대우건설 출신을 그룹 전반에 폭넓게 중용한 바 있다"며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간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 김중겸 현 사장 향후 거취는?
정통 현대차그룹 임원들 외에 현대건설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단연 김중겸 현 현대건설 사장이다.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줄곧 현대맨으로 살아온 김 사장은 계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취임이후 매년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눈부신 경영성과를 보여 왔다. 이 부분에서는 정 회장 역시 김 사장의 능력을 십분 인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의 정통라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사업 부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김 사장에게 해외사업 부문을 전담시키고, 국내사업 부문에는 정 회장의 핵심 측근을 선임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특히 김 사장이 최근 대한건설협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도 '공격경영을 위한 준비'라는 분석과 함께 '물러나기 위한 준비'라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김 사장의 거취문제도 관련업계의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이상의 인사가 언제 나올지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며 "현대건설 최고경영자 자리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적합한 인물을 세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가격협상을 마무리 지은 현대차그룹은 이날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건설 사령탑을 포함한 그룹 고위임원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