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받은 새 메모리 카드에 낯선이의 셀카 가득?

2011-03-07     양우람 기자
사진, 동영상, 문자 메시지 등 나만의 개인적인 기록들을 누군가가 훔쳐 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인식 불량 문제로 교환을 받은 휴대폰 SD 카드에서 사진, 문자메시지 등 낯선 사람의 개인적인 기록들이 튀어 나와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7일 대전 가양동에 사는 신 모(남. 25세)씨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사용 중인 스카이 휴대폰이 부팅 과정에서 작동이 멈추는 현상이 빈번해 AS센터를 방문했다.

문제를 해결한 신 씨는 찾아온 김에 평소 외장 메모리의 인식률이 떨어져 불편했던 점을 문의했고 수리기사는 노후화에 따른 문제일 수 있다며 새 메모리 카드로 교환을 제안했다. 

조치를 취한 후에도 인식률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하던 신 씨에게 한 달 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메모리에 불량 파일이 섞여 우선 포맷을 한 후 노트북을 이용해 복구하자 난생 처음 보는 기록들이 쏟아져 나온 것.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여자의 셀카 사진은 물론, 가족사진, 낯선 연락처와 주소,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메모 등이 신 씨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직감적으로 서비스센터에서 새제품이라고 받아 온 SD 카드가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것이라 생각한 신 씨는 당장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기사는 "수리과정에서 고객들이 반납한 SD 카드는 전량 폐기 처분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기록이나 문서를 통해 처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신 씨의 요청에는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냉담한 대답만 반복됐다. 

화가 난 신 씨가 직접 노트북을 AS센터까지 가져 가 복구 과정을 보여줘야 믿겠느냐고 따지자 그제야 수리 기사는 "만에 하나 실수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신 씨는 “방법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막상 예전 기록을 복구해 보면 어쩌면 많은 메모리 카드가 포맷 후 세 제품처럼 나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내가 반납한 메모리 카드도 표면적인 기록만 지워진 채 사람들 사이에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신 씨의 우려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며 자재팀에 확인결과 사용 후 반납된 SD 카드는 전량 폐기 처분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신 씨를 응대한 서비스 기사가 다소 미숙하게 일을 처리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팬택 관계자는 “신 씨에게 준 SD카드는 양질의 새 제품이 맞지만 담당기사가 다른 사용자의 인식불량 문제를 점검하며 단 한 번 테스트해 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앞으로는 신 씨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새 SD 카드로는 절대로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도록 방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