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동악재로 수주처 다변화 시급

2011-03-07     류세나 기자

"리비아 사태 이후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는 매일같이 현지 공사 현장에서 철수한 직원들로 북적거려요. 대부분 본사로 출근하거든요. 중동 현지 공사장은 외곽에 떨어져 있고, 공사를 시작한 지도 얼마 안돼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로 이 지역에 진출해 있던 우리 건설사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현대건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집트 등에서 시작된 민주화 불길이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번지면서 공사재개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까닭에 우리 기업들의 수익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3일 리비아 미스라타항과 시르테항 등에서 카스마리타임 소속 선박을 통해 한국인 근로자를 비롯해 제3국인 총 844명을 태우고 리비아에서 빠져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상당수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시장인 중동지역 내 국가에까지 시위가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수주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공사중단에 따른 미수금 발생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이제는 중동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전략에서 벗어나야할 때가 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기업들의 해외 수주 대부분이 중동·아시아지역에 편중돼 있는 점을 선결해야할 과제로 꼽아 왔다.


◆ 중동지역 정세 '먹구름'…"중동 위주 전략 탈피해야"


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총 67건 74억2천98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 272억6천446만 달러 대비 7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건설 수주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에서의 수주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우리기업의 중동지역 공사 수주액은 38억4천70만 달러로 전년동기(211억1천388만 달러) 실적 대비 1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 건설업계에 영향을 미친 리비아의 경우 중동지역 내 5대 주력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라는 점도 수주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건설사들은 지난 한해 동안 리비아에서 총 9개의 프로젝트(총 19억6천만 달러 규모)를 수주했으며, 196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누계 수주액은 전체 해외시장 중 세 번째로 많은 363억3천200만 달러에 달한다.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대형 시장인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1건을 따내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는 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화될 경우 현재 진행중인 공사에 대한 손실과 더불어 수주량 감소 등 실적악화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단은 큰 피해가 없는 만큼 당분간 기존의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출처:해외건설협회>

현재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서부발전소(13억7천만 달러)를 비롯해 리비아 현지에 18억7천만 달러의 수주잔고가 남은 현대건설은 이제 막 공사가 시작된 곳이어서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리비아 외에 진출해 있는 또 다른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건설의 주력 사업장은 리비아가 아닌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의 경우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발전소(4억9500만 달러) 등 7곳에서 총 20억 달러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잔액은 8억6천만 달러 가량.


이와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현장 대부분은 이미 공사가 완료됐거나 신규개설된 현장이어서 미수금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따라서 금전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며 "현재와 같이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 계약자로서의 최소 의무사항인 현장의 유지·보존만 잘한다면 신규현장의 경우 총공사비의 15%에 해당하는 선수금을 돌려줄 필요도 없고, 공사 재개시 협의를 통해 공기연장과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리비아 외에도 또 다른 시위 지역인 알제리(10억6천만 달러), 모로코(10억2천만 달러) 등에 37억8천만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가 남아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GS건설은 이집트(19억5천만 달러), 바레인(7천만 달러) 등의 시위 지역에 수주 잔고가 남아 있다.


◆ 해외전략 수정 불가피…복구수요 기대감도 '솔솔'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동지역 민주화 사태가 진정되면 복구수요 등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줄을 이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한다면, 이후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위험요소를 깨달은 인근 국가들이 주택, 인프라 증설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중동지역의 건설투자 규모가 이전보다 더욱 커지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내다 봤을 때, 해외수주 지역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로 현지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일부 현장은 중장비까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늘어나면서 수주지역 다양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현지 상황을 수습하는데 정신이 없겠지만 상황이 정리되면 향후 수주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도태호 건설정책관을 반장으로 하는 중동 대책반을 구성하고 외교당국과 공동으로 현지 업체 관계자들과 비상채널을 유지하면서 안전대책을 수립중에 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