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도용돼 꽃뱀·카사노바로 전락

침해 피해 연간 5만건 넘어..전화번호.사진은 도용해도 처벌 못해

2011-03-15     이민재 기자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영리나 비영리 목적으로 타인의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 사진 등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도용된 개인정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장난으로 공개적으로 우스갯감이 되는 가벼운 사례부터 불법스팸 사업자의 불법행위에 악용되는 심각한 피해까지 줄을 잇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피해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 및 상담 건수는 전년(3만5천167건) 대비56%나 증가한 5만4천832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개인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에 노출이 우려되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의 정보에만 국한된다. 때문에 전화번호와 사진 등은 개인정보라 정의내리기 어려워 불법행위가 적발돼도 명확한 처벌 근거 확보가 어렵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최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가 급증하자 그간 국회에 계류 중이던 개인정보보호법의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하며 관련대책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조기제정 추진 ▲개인정보 관리 및 점검 체계 강화 ▲민간 자율 규제 촉진 ▲개인정보 침해사고 피해구제 적극 대응 ▲국가간 개인정보 침해대응 국제협력 추진 등 5대 분야 16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 SNS속 또 다른 나의 모습 카사노바?

15일 부산 남산동의 조 모(남.23세)씨는 지난 3월2일 지인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Hi there’의 한 가입자가 자신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사이넷이 개발한 ‘Hi there’는 (비)지인간 톡, 포토, 지역을 기반으로 가입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다.

가입자들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사진과 인사말, 프로필 등을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가입자가 조 씨의 사진을 본인인 것처럼 블로그 대표사진에 등록시켰고 이로 인해 작성하는 글 마다 조 씨의 사진이 자연스레 공개된 것.

더욱이 작성된 글의 대부분이 ‘놀아줘누나’,‘쿨하게 우리 카톡할까?’등 즉석만남이 목적인 듯한 내용이라 조 씨는 더할 수 없는 수치심를 느꼈다.

한편, 초상권 침해의 경우 형사처벌은 되지 않지만 민사상 정신적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침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일 경우 가해자에게 침해정지청구 요청이 가능하다.

◆ “내 직업이 불법 약장수?”

서울 명륜동의 기 모(남.49세)씨는 지난 2월22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폭언과 욕설이 담긴 문자와 전화 수십 통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어렵게 확인한 결과 누군가 기 씨의 휴대폰번호를 도용해 ‘비아그라와 씨알리스 등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한다’며 대량의 불법스팸문자를 발송했던 것.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기 씨는 이로 인해 일상 업무가 불가할 정도로 큰 불편을 겪어야 했고 ‘전화번호 변경이 최선책’이라는 사이버수사대의 안내에 따라  통신사에 번호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3일후인 25일 오후께 기 씨의 휴대폰 발신기능이 갑자기 차단된 것. 통신사에 문의결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기 씨를 불법스팸사업자로 규정하고 통신사 측에 발신중지공문을 보냈다는 기막힌 상황을 알게 됐다. 

더욱이 주말을 하루 앞둔 늦은 오후 발신이 정지되는 바람에 통신사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모두 업무가 종료돼 3일 동안 휴대폰을 사용 못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에 항의하고 발신정지 차단 해지를 요청하자 주민등록증사본을 보내라고 덤덤히 안내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해당 건의 경우 단순광고가 아닌 판매를 목적으로 발송된 스팸문자라 실제 발신번호와 회신번호 모두 정지를 시키고 있다. 특히 의약품 불법 스팸문자의 경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신속히 대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화번호 도용돼 ‘꽃뱀 된 남성?’

서울 잠실본동의 박 모(남.34세)는 최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하루에 수백 통씩 욕설과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와 전화를 받고 있다.

박 씨가 최초 황당한 문자를 받은 건 지난해 12월 27일.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발송된 문자에는 ‘너랑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있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겼지만 몇 분 후, 또 다른 발신번호로 비슷한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참다못해 전화를 건 한 남성에게 이유를 물어본 박 씨는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됐다.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인 ‘워크래프트3’의 한 유저가 게임 방 제목에 박 씨의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여성 행세를 했다는 것.

‘워크래프트3’의 경우 현재 블리자드가 관리하는 배틀넷이란 서버에서 다수 유저들의 게임이 가능하며 한 유저가 호스트 가돼 채팅룸 형식의 방을 개설하면 2~8인 정도의 불특정 유저들이 참여 하는 방식이다.

박 씨의 휴대폰 번호를 도용한 유저가 게임과 채팅을 통해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박 씨에게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는 거의 통신 폭탄 수준이었다. 하지만 박 씨처럼 온라인상에서 전화번호가 도용된 경우 수사접수는 물론 가해자의 처벌 또한 불투명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전화번호의 경우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처벌유무를 따지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