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유통.패션가 여성임원은 누구?
주가와 여성임원의 상관관계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성임원이 많을수록 기업의 주가가 쑥쑥 올라간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런던 법률회사 에버셰드가 전 세계 241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듯 국내 대표 유통,패션업체들이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많은 여성임원들을 새로 영입했다.
롯데백화점 박기정 이사(47,글로벌패션 디자인센터 총괄디렉터), 신세계이마트 이연주 MD전략본부 상무(49, 패션레포트 담당), 코오롱패션 오나미 전략사업총괄 부사장이 주인공들이다.
그간 백화점, 대형마트, 의류업계에는 타업종에 비해 여성직원들은 많았지만, 유독 임원자리만은 남자들이 독식해왔다.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부사장,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 등은 널리 알려진 경영인이지만 오너일가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에서 열정과 능력 하나로 유리천장을 깬 세 명의 여성임원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백 박기정 이사 "글로벌 패션 브랜드 만들겠다"
국내1위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은 오너일가를 제외하곤 45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박기정 이사는 디자이너 출신. '인사동 쌈지마켓'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25년 동안 화림모드, 바바패션, 한섬, 쌈지, 에프앤에프, 비경통상 등을 거치며 '디자인통'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후,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로 옮겼다.
16명의 디자이너들과 디자인센터에 둥지를 튼 그의 첫 목표는 롯데만의 '브랜드'를 가다듬고 강화하는 것.
롯데백화점 PB브랜드인 여성의류 '타스타스'(tasse tasse)를 리뉴얼해 다양한 이미지, 가격대를 가진 멀티 컨셉트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타스타스가 성공하고 나면,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개발해 롯데백화점 해외진출과 더불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의 그녀가 유통에 발을 디디게 된 동기는 '패션도 조직력과 자금력이 있어야만 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패션과 디자인 분야를 키우겠다는 롯데백화점 경영진의 의지도 매력적이었다는 후문이다.
▶ 이마트 이연주 상무 '내부 파격 승진'
이연주 이마트 MD전략본부 상무보는 이마트 최초의 여성임원이자 '내부승진을 통해 임원까지 올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34명 이마트 임원 중 홍일점인 그녀는 부장에서 수석부장을 거치지 않고, 상무로 바로 초고속 승진했다.
1996년 월마트에 입사해 2006년 신세계 이마트로 옮긴 이 상무는 15년째 유통업에만 종사했다. 유통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엔 은행과 무역회사, 미국 뉴욕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일하며 다채로운 경력을 쌓았다.
이 상무는 이마트 내 입점한 패션브랜드를 다른 마트들과 차별화 한 공을 인정받았다. 작년 유명 SPA브랜드를 병행수입해 자라, 갭 등을 입점시켰다. 이마트 자체 SPA브랜드인 데이즈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는 사내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있다. 상명하달식 보다 직원들에게 칭찬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이것을 이마트 정책으로 발전하게끔 하는 분위기를 정착하는 것이 이 상무의 리더십이다.
▶오나미 부사장 '코오롱의 이서현 될까'
패션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오나미 전략사업총괄 부사장이 주목받는다. 오 부사장은 패션업계 2위 자리를 두고 경쟁사인 LG패션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코오롱에 확실한 힘이 되어줄 다크호스다.
코오롱패션의 올해 브랜드 전략은 '선택과 집중'. 효율이 안 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어버리되,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브랜드는 집중육성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중심에 오 부사장이 있다. 나이키골프 코리아와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사장을 역임하며 능력을 평가받은 이후 작년 연말 코오롱으로 전격영입됐다.
오 부사장이 특별관리 중인 브랜드는 스포츠캐주얼 '헤드'와 골프웨어 '잭니클라우스', 남성의류 '시리즈(series;)'. 그녀는 3가지 브랜드를 하나의 사업부서에 모아 진두지휘 중이다.
업계에서는 세련된 외모와 패션감각을 지닌 오 부사장이 앞으로 보이는 성과에 따라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에 이어 패션업계의 또다른 스타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biz&ceo뉴스=심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