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뒷북인상, 시장영향 미미
2011-03-11 임민희 기자
시장에서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견해 이미 시중금리가 올랐고 시중은행들도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정책에 따라 금리인상을 주도해야 하지만 오히려 시장에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앙은행으로서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2.75%에서 0.25%P 올린 연3%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총액한도대출금리도 연1.25%에서 연1.5%로 인상했다.
김중수 총재는 "경기상승으로 인한 수요압력 증대, 국제원자재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상승압력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인상배경을 밝혔다.
한국은행은 국내외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개인서비스 가격상승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5%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측의 기대와 달리 이번 금리인상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최근 몇 달새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등 각종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며 금리인상이 예견됐던 탓이다.
또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물가는 이미 치솟은 데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이 또다시 대출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오히려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이자 상환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치솟자 대출금리를 올렸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6.6%를 넘어섰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최고 연 6%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자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상을 추가로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행장 민병덕)은 예금금리를 0.2%P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대출금리 역시 시장 금리를 살펴 연동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하나은행(행장 김정태)과 신한은행(행장 서진원), 우리은행(행장 이종휘) 등은 시장금리 변동 추이를 보고 여·수신금리 인상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를 것을 대비했다기보다는 시장에서 금융채가 올랐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 것"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아직 시장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시장동향을 보고 인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을 주도해야할 중앙은행이 시장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박사는 "금리인상 시기가 많이 늦었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지적된 부분"이라며 "정책금리를 조정할 때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성장이나 국제수지 등 종합적인 상황을 봐야 하지만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됐을 때 사후적으로 쫓아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 박사는 금리인상 효과에 대해 "금리인상이 이미 예견된데다 장기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연 3%의 정책금리 수준은 우리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완화적인 측면이 있어 향후 추가적으로 인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불어 향후에는 중동 등의 해외리스크와 성장 쪽의 하향리스크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