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윤강로 형제, '엇갈린 운명' 눈길

윤용로씨 외환은행장 거머쥐어, 동생 윤강로 KR선물 회장은 사기혐의 피소

2011-03-14     임민희 기자
금융권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최고경영자(CEO) 형제가 최근 '엇갈린 위상'에 처하게 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기업은행장에 이어 또 다시 차기 외환은행장까지 거머쥐게 된 형 윤용로씨 와 최근 한 투자자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를 당한 동생 윤강로 KR선물 회장이다.


윤용로 차기 외환은행장 내정자(사진-연합뉴스)


형인 윤용로씨는 1977년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기업은행장에 중용돼 3년 동안 이 은행 행장을 지낸 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인수작업중인 외환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내정되며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동생인 윤강로 KR선물 대주주 겸 회장은 지난 10일 한 투자자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고소인인 투자자 최모 씨는 지난 2008년 4월 윤 회장과 KR선물 전 대표이사 정모씨로부터 'KR선물에 투자하면 미국 선물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아 12만2천달러(약 1억3천만원)을 투자했지만 정씨와 직원이 투자금을 들고 잠적해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 씨는 10일 윤 회장과 정 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경찰은 고소인 자격으로 최 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에도 수행비서였던 모 은행 전 지점장 최모 씨가 "윤 씨가 빌려준 46억원을 갚지 않는다"며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법적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 씨 측은 "최 씨 명의의 계좌를 통해 운용하던 자금을 인출한 것"이라며 관련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KR선물 측 관계자는 "최 씨가 직접 개인컴퓨터로 홈트레이딩(HTS)을 하다 손해를 입은 것으로 회사 측에 책임이 있다며 금감원에 3번이나 민원을 넣었지만 모두 기각 됐다"며 "앞서 유사사건으로 피소된 적이 있으나 이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9년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3개월간 해외장외 선물거래 정치 조치를 받은 배경에 대해서도"미국에서 선물거래를 하려면 현지에 있는 미국회사를 통해야 하는데 우리 회사와 거래 중인 SNC인베스트먼트가 자격정지를 당했음에도 우리에게 이를 알리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금융위가 국내 거래고객 보호차원에서 취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KR선물은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반면, 윤 씨는 금융감독원의 제제를 받지 않으면서 재무관료 출신이자 당시 기업은행장이었던 윤용로 씨의 후광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소송건의 진위여부는 사법기관에서 가려지겠지만 윤 회장 측은 이로 인해 명예에 흠집이 난 상태다.

윤강로 회장은 형인 윤용로씨와 함께 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서울은행 펀드매니저와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영업부장, 영남권주재 임원, 이사 등을 거쳐 서울금융선물 사장, KR투자 대표이사, 2004년 KR선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7년에는 미국 소재 기숙학원 ‘렉싱턴프렙스쿨’을 설립한 바 있다.

특히, 그는 2000년 초 선물투자로 8천만원을 1천300억원으로 불리는 등 선물투자업계에서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유명세를 날렸다.

윤용로 내정자와 윤강로 회장은 각각 은행과 증권계에서 '스타급 형제CEO'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최근 이들의 '엇갈린 명암'에 금융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