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휴대전화 쏟아 질 듯
2007-04-01 장의식 기자
무선인터넷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저가 휴대전화 시장은 이전보다 더욱 커지겠지만 이 같은 휴대전화의 출시 물량과 모델 수는 중.장기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정체 국면에 도달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무선인터넷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작년 말 현재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매출 비중은 총액 기준으로 28.5% (10조6천500억원 중 2조7천300억원)에 달한다. KTF는 순액 기준으로 14.1%(5조2천200억원 중 7천378억원)이며 LGT 역시 순액 기준으로 7.2%(2조9천541억원 중 2천128억원)를 차지했다.
여기에 SKT와 KTF가 전국 서비스에 나선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통사들이 초기에 HSDPA 저변 확대를 위해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단말기 출시에 적극 나서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없는 휴대전화 출시 허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KTF.
KTF는 현재 LG전자로부터 3만여 대의 위피 미탑재 단말기를 확보, 예약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 단말기의 출고가는 30만원대 초반으로, 보조금을 포함할 경우 소비자들은 5만원 안팎이면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실적이 많은 일부 가입자들은 아예 공짜로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
KTF는 이르면 내달께 팬택으로부터 무선인터넷 없이 단순 기능만 지원되는 저가 단말기를 추가로 구매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단말기는 LG전자 단말기보다 더 싼 값에 공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LG전자 단말기의 경우 다른 휴대전화 모델에 비해 입고 물량이 적은 편"이라면서 "추가로 물량을 늘릴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T는 현재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무선인터넷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단말기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통부의 정책 변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 등과 같은 추가 조치를 내심 바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위피 미탑재 단말기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향후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언급, 출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두번에 걸쳐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저가 단말기를 출시했던 LGT는 이 같은 단말기가 수익성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한 터라 다소 부정적이다.
LGT는 노인층과 주부 층을 겨냥해 지난 2002년과 2004년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뺀 저가 단말기를 출시한 바 있다.
LGT 관계자는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이 같은 단말기를 많이 내놓을수록 수익성만 나빠진다"면서 "현재로서는 무선인터넷이 안 되는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KTF가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저가 단말기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예상수준을 넘어 공세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서 효과를 본다면 SKT와 LGT가 이에 맞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에 국내 이동통신사가 GSM(유럽형이동통신)협회의 3G폰 공동소싱 업체로 선정된 LG전자로부터 공동소싱 단말기를 공급받을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SKT와 KTF는 GSM협회 회원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별 협상을 거쳐 LG전자로부터 3G폰 공동소싱이 가능하다.
GSM협회는 애초에 입찰가로 68유로를 제시했으나 공동구매 휴대전화로 선정된 LG전자의 3세대폰 'LG-KU250'은 85유로(111달러·약 10만원)에 공급된다.
이밖에 SKT와 KTF가 노키아나 소니에릭슨 등과 같은 해외 단말기 업체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무선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외국산 저가 단말기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