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돕기도 어려워' 한국기업들 지원도 눈치껏

2011-03-18     류세나 기자

한국기업들이 일본 대지진과 관련한 각종 구호 활동에 조심스런 행보로 일관해 '선진국 일본'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성금도 일본 기업보다 많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성금받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까 서신을 먼저 띄워 정지작업까지 벌이고 있다. 식품기업들의 경우 현물 구호품 전달을 거절당하자 재빨리 성금이나 봉사활동으로 지원 방식을 바꾸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이후 삼성그룹과 LG그룹, 포스코, 현대자동차, SK그룹 등은 일제히 1억엔(한화 14억원)의 성금을 쾌척했다. 성금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일본 적십자사에 전달돼 모포와 식료품 등의 구호물품 구입에 쓰일 예정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기부금을 1억엔으로 통일한 것은 일본의 문화와 자존심을 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받은 것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활신조가 몸에 밴 일본이 기부금이 많을 경우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3억엔의 기부금을 내놓은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할 경우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 한국기업들의 기부금이 더 많을 경우 일본기업들이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


이와 함께 이들 대기업들은 최고경영자 이름으로 일본 거래업체나 동종업체에 성의 어린 서신을 띄워 성금을 보내는 것에 대한 정지작업까지 펼쳤다.


다만 이들 대기업과 달리 일본과 합작기업이 많은 KCC는 50억원의 성금을 내기로 했고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무려 70억원의 성금을 쾌척해 눈길을 끌었다.

 

패션업체 이랜드의 경우 더욱 조심스런 생보를 보였다. 이랜드는 이재민들을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일본 측에 의류 15만벌을 전달했다. 15만벌의 의류가 싯가 얼마에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역시 싯가 규모가 너무 높아질 경우이 일본 측이 거부감을 보일 것을 우려해서다. 이랜드의 구호품 15만벌은 약 1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식품업체들은 물자부족으로 시달리는 이재민을 돕기 위해 현물 구호품 지원을 계획했으나 안전성 문제로 거절당하자 성금이나 다른 봉사활동으로  재빨리 선회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국산식품 구호를 거절해 식품업체들도 성금 기부나 직접 봉사활동을 펼치는 쪽으로 지원 방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